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업체들 분양가격 올려 서울 1년새 6.9% 상승
글로벌 금융 위기로 2008년 하반기 일시적으로 낮아졌던 수도권의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분양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업체들이 분양가격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18일 "지난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271만원으로 2008년(1332만원)보다 4.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서울은 지난해 1771만원을 기록해 전년(1808만)보다 2% 떨어졌다.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가 하락하기는 지난 200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2003년 841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올라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누적기준으로 약 60% 상승했었다. 닥터아파트 이연주 팀장은 "지난해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지구 아파트가 대거 분양됐다"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인천 지역에서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전반적인 분양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승률을 반기(半期)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2008년 하반기에 크게 떨어졌던 분양가격이 작년 상반기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783만원으로 전년 동기(1668만원)보다 6.9% 상승했다. 경기도 역시 959만원에서 1123만원으로 1년 새 17.1%가 올랐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2008년 상반기에는 고가(高價)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양되면서 분양가를 크게 끌어올렸다"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작년 연초까지 안정됐던 분양가격이 3월 이후 다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상반기에 서울 뚝섬에 3.3㎡당 45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분양되기도 했었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분양가에 다시 기름을 부은 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분양 시장 회복세를 틈 타 분양가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2008년 하반기 3.3㎡당 2029만원에서 지난해 하반기엔 2474만원으로 분양가가 1년 만에 22% 급등했다.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수도권과 서울의 분양가격이 각각 14.4%, 18.4% 상승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센트레빌,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 등은 재개발 단지로는 드물게 3.3㎡당 2000만원이 넘는 고가에 분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 시장이 다시 움츠러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분양가 인상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가를 대폭 올렸던 일부 아파트는 높은 청약률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다. 고양 일산에 분양됐던 주상복합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3.3㎡당 200만원 이상 비싼 값에 공급돼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강동구 고덕동 아이파크 역시 청약률은 높았지만 미분양 물량이 일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공공택지가 거의 없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분양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 단지의 분양가 인상이 계속되면 기존 아파트 매매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