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31 20:41 | 수정 : 2010.02.01 03:39
2월초 아파트 분양시장 '반짝 열풍'
영종 하늘도시·김포 한강신도시… 건설사들 계약금인하 등 파격조건
날마다 수백명 이상 몰려 '북새통'
그러자 참다못한 방문객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왜 줄이 하나도 안 줄어요. 거기 아줌마, 새치기하지 마세요." 이 틈을 이용해 40~50대로 보이는 여성 7~8명이 방문객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순서가 빠른 '대기표'를 1장당 200만원에 사라며 "늦게 들어가면 좋은 층을 살 수 없어요. 계약하면 돈 내고, 아니면 그냥 가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손님이 몰려 층과 향(向)이 좋은 물건은 오전에 다 팔렸다"며 "저층(底層) 말고는 월요일쯤 계약이 끝날 것 같다"고 했다. 오는 11일로 종료되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노린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시장이 갑자기 들썩이고 있다. 인천 영종지구와 김포 한강신도시 등 지난해 대량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던 지역에선 건설사들이 계약금 인하,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막판 손님끌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막바지 세제 감면 혜택을 누리려는 투자 수요까지 대거 몰리면서 모델하우스마다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래미안 한강신도시' 아파트의 김상국 분양소장은 "1월 중순부터 하루에 10~20건씩 계약이 성사돼 2월 11일 전까지 계약이 모두 끝날 것 같다"고 했다.
◆"양도세 감면 누리자", 수요자 몰려
지난달 29일 인천 '영종 힐스테이트' 잔여분을 분양 중인 현대건설 모델하우스. 평일 오후인데도 2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이모(48)씨는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 전에 딸에게 주려고 아파트를 계약했다"며 "계약금이 5%로 부담이 크지 않아 시세 차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9일부터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내리고, 중도금 60% 이자 후불제 융자 조건도 내걸었다. 현대건설 원성윤 팀장은 "작년 11월부터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는데 하루 평균 5~6건에 그치던 계약이 1월 중순 이후 하루 20여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맞은편에서 분양 중인 ㈜한양도 계약금 15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40% 무이자 조건 등을 내걸었다. 서울에서 온 70대 남성은 "1200만~1500만원만 있으면 계약할 수 있는데, 사두면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며 "갯벌이던 인천 송도도 집값이 뛰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건설사들 파격적 조건으로 총력전
지난달 29일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동시 분양을 진행 중인 현대·한양·우미·한라·동보·신명건설 등 6개 건설사들의 모델하우스가 몰려 있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앞. 모델하우스 입구마다 '양도세 100% 면제', '계약금 5%', '계약금 1500만원 정액제',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융자' 등 파격적인 조건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건설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쏟아 내거는 이유는 자칫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미분양 많아 신중하게 골라야"
전문가들은 아직도 미분양 아파트가 많고, 신규 분양 물량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만을 고려한 '묻지마'식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분양 비수기인 1월에도 전국에서 2만59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다. 지난 2007년 이후 3년간 1월 평균 공급 물량(1만9083가구)보다 35.7%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를 앞둔 건설사의 밀어내기 물량이다. 2월에도 전국에서 1만3600여가구의 아파트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