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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열풍에 강북도 전세금 급등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09.09.04 03:13 수정 2009.09.04 20:29

"반지하… 서울 밖…" 쫓겨나는 서민
새 집보다 헐리는 집이 많아… 수급 불안이 전세난 부추겨
'뉴타운 본격화' 내년이 더 걱정 '강북까지 전세금 급등'

"겨우 전셋집을 구했는데 반(半)지하야. 이주비로 받은 400만원을 더해도 지하로 내려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

뉴타운 사업 본격화로 올 3월부터 이주가 시작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16구역.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정모(79) 할머니는 이달 말 중랑구 면목동으로 옮긴다. 그는 "전세금 1300만원에 1층 단칸방에 살아왔지만 이젠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세입자들은 요즘 강남·북 가릴 것 없이 전셋집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데다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금 급등세가 최근 한두달 만에 강북지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 특히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로 진행 중인 서울 강북에서는 저소득층 세입자들이 집 크기를 줄이거나 반지하로 들어가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작된 전세금 급등현상이 강북과 경기도로 확산되고 있다. 3일 오후 전세금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전세금 급등에 내몰리는 세입자

3일 오전 찾아간 답십리 16구역 골목에는 내다 버린 장롱과 냉장고 등이 뒹굴고 있었다. 다음달 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살던 총 4000여 가구 중 1200여 가구는 아직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4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에 나서면서 주변 면목·용답·장안동 일대 다세대 주택 전세금이 3~4개월 전보다 2000만~3000만원씩 오른 탓이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 약 40㎡(13평·방 2개) 크기의 다세대 주택 전세금은 7000만원 정도. 답십리동 래미안공인중개사무소 김지현 사장은 "하루에 손님 5~6명이 전셋집을 구해달라고 찾아오지만 값싼 물건은 아예 없어 집 구경도 못 시켜준다"고 말했다.

다른 뉴타운 개발이 한창인 성동구 왕십리 지역의 세입자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2년 전만 해도 3500만원 정도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전셋집(33㎡·10평 규모)이 최근 뉴타운 열풍으로 최대 7000만원까지 뛰었다. 때문에 이곳에 살던 대다수 세입자는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수급 불안이 전세금 상승 부추겨

전세금이 이처럼 급등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수급 불균형 때문. 서울 강북지역에선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돼 기존 주택이 계속 헐리고 있는 반면, 신규 주택 공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한 멸실 가구는 지난해 1만8000여 가구에서 올해 3만1000여 가구로 늘었다. 내년과 2011년에는 각각 4만8000여 가구, 4만4000여 가구로 급증한다. 반면 지난해 5만4000여 가구였던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9000여 가구, 2011년에는 2만3900여 가구로 줄어들 전망(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이다. 사라지는 주택에 비해 새로 지어지는 주택은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문제는 전세난이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내년에 뉴타운을 비롯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주택이 철거되고 대대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전세 주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도심 재개발 사업 활성화가 기존 주택 감소와 이주수요 급증에 따른 전세금 상승→전세금 인상의 주변 확산이라는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전세는 실수요자들만이 찾는 시장인 만큼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살 만한 집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기존 이사 수요에 뉴타운·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겹쳐 올 하반기 이후 강북 전세시장은 매물 기근과 가격상승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지물'인 정부의 전세 대책

정부도 이런 전세대란을 진정시킬 뾰족한 대책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전세난 대책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가령 정부가 공급을 확대하려는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일 뿐 현재 재건축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이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규모도 너무 작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주택 문제에 직면하는 저소득계층을 위해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별도의 주택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완화를 위해 재개발·뉴타운 이주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재개발 대상 구역의 사업 일정에 시차를 두면서 개발하는 순환재개발 방식을 세밀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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