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문제
최근 3년간 주택담보대출은 빠르게 늘어난 반면, 금융자산은 주가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출 금리마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빚을 얻어 집을 구입한 가계들이 빚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주택 급매물을 쏟아낼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이것이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동산 담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월 말 현재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232조9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03년 말(152조5000억원)보다 80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34%로 미국이나 영국의 70~80%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돼 가계 소득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이자 부담마저 늘어나면 주택담보대출상환 부담이 가계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95% 이상은 시장 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바뀌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국민은행 기준)는 계속 상승해 지난주엔 올해 2월보다 1% 포인트 가량 급등한 연 6.84~8.34%를 기록했다. 변동형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가계 부채의 연체율이 높아진다.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6%에서 지난 8월 말 0.7%로 증가했다. 연체율 수치상으론 위험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집값 하락 추세는 뚜렷하다. 국민은행이 이달 초 내놓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추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7% 하락했다. 수도권(-0.8%)을 비롯, 강남(-1.1%)과 강북(-0.3%) 모두 가격이 하락했다.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낙찰가액이 채권청구액 이하였던 경매 물건 비중은 37.9%로 전년 동기 대비 6.3%포인트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급락을 피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서서히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금융회사들이 일부 주택가격의 급락 때문에 담보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계부문이 계속 취약해지면 가계부실이 (급매물 증가로)집값 급락과 금융권 부실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전문가 제언
김상로 산업은행경제연구소장
급증한 가계 부채가 금융 부실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당장 시장 실세 금리부터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대폭 낮췄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는 좀처럼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중 금리가 자꾸 오르면 대출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서 내놓게 된다.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추가 집값 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격적인 거품 붕괴로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대출 금리가 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은행채 직접 매입이 그것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에 포함시키는 간접 매입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것만 갖고선 은행들의 원화 유동성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RP 대상이 된 은행채는 이미 발행된 것으로 투신사나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던 물량들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신규 발행 은행채를 매입해줘 발행대금이 은행 쪽으로 즉시 들어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은행들로부터 은행채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취해 준다면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