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동산 값은 1990년이 정점이었다. 그후 16년 동안 한 해도 가격이 오른 일이 없다. 2007년 경기 회복으로 오랜만에 가격이 올랐지만, 1990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내각부가 산정한 일본의 토지자산액을 보면, 정점이었던 1990년 말 현재 2452조엔, 2006년 말엔 1228조엔. 16년 동안 무려 1224조엔이 사라졌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은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출발했다. 1991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로 돈을 꾼 기업이 몰락하자 돈을 빌려준 은행도 연쇄 붕괴하는 경제 전반의 동반 부실화가 진행됐다.
일본의 거품 형성은 저금리를 무리하게 유지한 경제 운용의 실책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거품을 일으킨 주역은 저금리 환경을 기반으로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린 기업과 기업의 투기 자산을 담보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킨 은행이었다. 예를 들어 1997년 파산한 홋카이도다쿠쇼쿠(北海道拓殖)은행은 담보가치의 120%에 달하는 자금을 융자했다.
하지만 이후 불황을 끌고 간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부동산융자 증가율을 융자총액 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는 '부동산융자 총량규제'를 실시한 것은 1990년 3월. 토지가격의 0.3%를 매년 지가세(地價稅)로 떼가기 시작한 것은 그해 12월. 한국의 재산세에 해당되는 고정자산세의 산정기준(평가액)도 10~20%에서 일거에 70%로 올렸다. 이런 정책 기조는 1998년(지가세 폐지)까지 이어졌다. 미친 듯 치솟던 땅값을 꺾는 데 성공했으나, 그 뒤부터는 저혈압 환자가 고혈압 약을 장기 복용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으로 회복된 것은 2000년대 중반. 도쿄·오사카·나고야 3대 도시권의 시가지 땅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경기 회복과 함께, 일본 정부의 정책 전환도 효과를 거뒀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 실시, 공업등제한법과 공업재배치촉진법 폐지가 기폭제였다. 하지만 이들 정책으로 인해 대도시와 지방 간의 빈부격차가 확대됐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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