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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만 해선 안 돼, '한국 만의 경험' 있어야 성공" [창간기획 인터뷰]

    입력 : 2026.09.02 06:00

    [①-1] 싱가포르 '쥬얼'·'마리나 베이 샌즈' 설계 샤프디(Safdie) 건축사무소
    야론 루빈(Jaron Lubin) 선임 파트너 이메일 인터뷰
    "공항 쇼핑몰에 연 8000만명 방문하게 만든 비결은…"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총 10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야론 루빈(Jaron Lubin) 샤프디 건축사무소 선임 파트너. / 샤프디 건축사무소 제공
    [땅집고] 야론 루빈(Jaron Lubin) 샤프디 건축사무소 선임 파트너. / 샤프디 건축사무소 제공

    [땅집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내 복합쇼핑몰 ‘쥬얼’의 설계를 주도한 야론 루빈(Jaron Lubin) 샤프디 건축사무소(Safdie Architects) 선임 파트너는 한국의 개발 프로젝트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경험, 즉 한국 고유의 풍경, 문화, 전통에 의해 형성된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빈은 세계적 건축사무소 샤프디의 선임 파트너로서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파크(Marina Bay Sands SkyPark)’와 ‘쥬얼 창이(Jewel Changi)’ 등 싱가포르의 주요 프로젝트들 설계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UCLA에서 건축학 석사, 미시간 대학교에서 이학사 학위를 받았고 2004년 샤프디 건축사무소에 합류해 2012년 대표 건축가(Principal)로, 2022년 선임 파트너(Senior Partner)로 승진했다.

    샤프디 건축사무소가 설계해 2019년 오픈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내 복합쇼핑몰 ‘쥬얼’은 40m 높이 돔 형태 유리지붕에서 떨어지는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와 주변을 둘러싼 실내 정원을 내세워 싱가포르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2025년 한 해에만 8000만명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이중 60% 정도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공항과 상관없이 쥬얼을 방문하기 위해 찾는 경우다.

    쥬얼은 공공 공간을 내세워 끌어모은 방문객을 리테일 수요로 연결하고, 적극적인 공간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재방문을 유도하는 ‘플레이스 메이킹’의 성공 사례로 최근 개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장소로 꼽힌다.

    ☞관련 기사 : 공항을 ' 들러야 여행지'로…연 8000만명 방문 '쥬얼' 비밀 [창간기획]

    다음은 땅집고가 루빈 선임파트너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 일문 일답.

    -창이 공항을 국제 환승객과 싱가포르 현지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핵심 장소성 형성(Place-making) 철학은.

    “공항은 흔히 '이동을 위한 기계'로 인식되곤 한다.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건물이 차갑고 개성 없게 느껴지기 십상이며, 여행이 주는 불안감과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대신 승객의 관점에서 쥬얼(Jewel) 프로젝트에 접근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일부러 일찍 도착하고 싶어 할 만큼 감명 깊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초대형 건축물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 환영받는 기분, 휴식,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땅집고]싱가포르 창이 공항 내 복합 쇼핑몰인 '쥬얼 창이'를 찾은 관광객이 실내 폭포 '레인 보텍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쥬얼 창이는 실내 정원(포레스트 밸리)·폭포(레인 보텍스)를 상업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조선DB
    [땅집고]싱가포르 창이 공항 내 복합 쇼핑몰인 '쥬얼 창이'를 찾은 관광객이 실내 폭포 '레인 보텍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쥬얼 창이는 실내 정원(포레스트 밸리)·폭포(레인 보텍스)를 상업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조선DB

    -쥬얼 창이는 실내 정원(포레스트 밸리)·폭포(레인 보텍스)를 상업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공간과 상업시설의 요구를 어떻게 조율했나.

    “이 프로젝트의 모토는 ‘정원과 상업시설이 사이좋게 나란히 서는 것’이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세상을 하나로 뭉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각 공간이 요구하는 조건이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레스트 밸리와 레인 보텍스를 프로젝트의 중심에 배치하고, 그 주위를 연속된 도넛 형태(toroidal loop)의 6개 층 리테일 공간이 둘러싸는 구조를 취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과제 중 하나는 실내 환경 시스템이었다. 엔지니어들과 긴밀히 협력한 끝에, 사람과 식물 모두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미세한 환경적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경험 중심의 랜드마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함을 잃을 위험이 있지 않나.

    “많은 건축주들이 흔히 '와우 팩터(wow factor, 한눈에 사로잡는 요소)'를 요구하지만, 우리는 그 단어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요소는 한 번 감탄을 자아낼 뿐, 다시 찾아올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쥬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환경'으로 설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채광과 계절, 그리고 공기의 흐름이 경험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며, 운영사인 창이공항 측 또한 연중 다양한 이벤트와 기념행사, 끊임없이 진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고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적용한 디자인 기법은?

    “쥬얼과 같은 공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엄청난 수준의 복잡한 기술들이 세심하게 통합되어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구조체, 환경 시스템, 관수(물대기) 및 배수 시설, 기타 인프라들이 모두 무대 뒤에서 조용히 작동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오롯이 정원과 빛, 그리고 건축 그 자체만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기술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경외감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장소성 형성(Place-making) 관점에서 쥬얼은 현지 주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쥬얼에 대해 반드시 이해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방문객의 상당수가 싱가포르 현지 주민이라는 점이다. 공항의 랜드사이드(출국 수속 전 일반 구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통 허브인 동시에 시민들을 위한 목적지로서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한다. 싱가포르의 대중교통 네트워크와 완벽히 연결되어 있어 도시의 자연스러운 확장선처럼 느껴지며, 여행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찾아와 만나고, 모이고,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됐다.”

    -쥬얼 창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서울이나 세계 주요 공항·교통 허브 도시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모든 위대한 장소는 자신이 속한 위치와 환경을 반영한다. 만약 한국이 쥬얼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 목표는 쥬얼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국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경험, 즉 한국 고유의 풍경, 문화, 전통에 의해 형성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연이 중심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반드시 한국적인 시각과 맥락을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회이자, 굉장히 흥미진진한 디자인 과제가 될 것이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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