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30 06:00
[땅집고]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한복판에 들어선 하이엔드 오피스텔 ‘아티드 대치’ 건물이 약 1500억원에 통째로 공매로 나왔으나 최종 유찰됐다. 강남권 입지인데도 분양률이 20% 수준으로 낮았고, 과거 이 오피스텔 공사를 맡았던 범(汎) 현대가 건설사가 부도나 시공사가 소규모 업체로 바뀌는 등 문제가 많았던 현장인데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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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티드 대치’ A동 건물이 이달 7월 20일부터 총 1477억9510만원에 공매를 진행했다. 공매 물건은 총 38개실이다. ▲지하 1층 근린생활시설 2개실 ▲2~8층 오피스텔 15실 ▲9~15층 도시형생활주택 21실 등으로 구성한다.
‘아티드 대치’는 최초 공급 시기인 2022년 5월 3.3㎡(1평)당 1억5000만원 분양가를 내세웠던 하이엔드 오피스텔 단지다. 주택형 전용 51~55㎡ 가격이 26억~33억원에 달했다. 총 2개 타워로 이뤄졌는데 A타워는 지하 3층~지상 15층에 오피스텔 28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 B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에 오피스텔 16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로 조성했다.
이 단지는 대치동 한복판 입지인데도 미분양 폭탄을 맞았다. ‘아티드 대치’ 건축을 기획했을 때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라 강남권에 소형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분양했고, 시행사마다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분양을 시작한 직후인 2022년 하반기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초고가 상품인 이 단지가 미분양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티드 대치’ 시공을 맡았던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가 공사 도중 2024년 3월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HN Inc는 범 현대가 건설사로 ‘썬앤빌’·’헤리엇’ 등 주택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와 결혼해 과거 국민 관심을 받았던 현대가 3세인 정대선 사장이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HN Inc는 하도급 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미납했다. 관련 업체들이 현장에 유치권을 내걸었고, 결국 시공사가 매출액 200억원대 상상토건으로 바뀌었다. 당시 분양률이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하이엔드 단지 공사 경험이 부족한 소규모 건설사가 넘겨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분양자 원성이 컸다.
수분양자 우려대로 ‘아티드 대치’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 때 각종 하자와 시공 불량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이 오피스텔 전용 55㎡를 약 27억원에 분양받았다고 밝힌 A씨는 땅집고에 “사전점검에 방문한 수분양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시멘트고 나무고 시공한 자재마다 다 쪼개져있고, 집안 바닥도 굴곡이 져서 공이 굴러다닐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내부나 공용시설 등이 모두 최고급 수준이라고 홍보하길래 27억원을 주고 계약한 것인데, 이건 2억7000만원도 안되는 집”이라고 전했다.
◇A타워 약 1500억에 통공매 나왔지만…전부 유찰돼
결국 이달 ‘아티드 대치’ 2개동 중 A타워가 먼저 공매 시장에 등장했다. 분양을 시작한지 약 4년이 지났는데도 이 단지를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공매로 처분해서라도 투입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티드 대치’ A타워 시행은 세원투자건업이 맡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타워 분양률이 21.93%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 분양예상금액이 1558억2627만원이었는데, 누적 분양수익이 341억7879만원으로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분양률이 저조해 세원투자건업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분양 수입은 0원인데, 이자비용만 약 118억원을 지불하면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4억원, 당기순손실이 144억원에 달했다.
해당 감사보고서에 회계 감사인은 특기사항에 ‘당사가 속한 서울지역의 주택분양사업이 극심한 불황을 맞아 당사는 전기 중 준공한현장의 분양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실적이 부진하여 당초 예상과 달리 PF차입금 상환 기일이 늦춰지게 되어 이에 대한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타워 시행을 담당한 우원산업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분양률이 15.37%로 더 낮은데 지난해 분양수입으로 발생한 매출이 하나도 없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자로 약 90억원을 썼는데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107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쓰고 있다.
‘아티드 대치’ 분양 사업에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참여한 우리자산신탁도 손해를 보고 있다. 시공사가 HN Inc에서 상상토건으로 바뀌면서 준공 일정이 밀릴 위기에 처하자, 기한을 맞추기 위해 우리자산신탁이 이 현장에 자체 자금을 투입했던 것. 공시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이 세원투자건업에 대여한 자금은 총 285억4800만원 정도며, 이자율은 10.18%인 것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분양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란 불가능해 이번에 공매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아티드 대치’ A타워 총 38개실은 이달 약 1478억원에 1회차 공매를 시작했다. 감정가는 1016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높은 금액으로 최저입찰가를 설정했다. 하지만 입찰가가 872억7160만원까지 낮아진 6회차 공매까지 입찰하겠다는 기업·투자자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최종 유찰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학군지인 대치동 입지라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공급에 나섰고, 상품성 대비 분양가가 너무 비쌌던 탓에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타워보다 분양률이 낮은 B타워도 곧 공매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