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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현정 남편 건설사가 짓던 '평당 1.5억' 초고가 오피스텔에 무슨 일이

    입력 : 2023.06.13 08:02 | 수정 : 2023.06.14 13:25

    '범(汎)현대가' 에이치엔아이엔씨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부동산 경기 침체…전국 곳곳 '유치권 행사' 많아질 듯

    [땅집고]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짓고 있는 초고가 오피스텔 '아티드 대치' 현장에 유치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3.3㎡(1평)당 1억5000만원대에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이른바 하이엔드 오피스텔 ‘아티드(ATID) 대치’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에 유치권 현수막이 내걸렸다. 유치권이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 등이 채권 보전을 위해 현장을 점유하는 것이다.

    아티드 대치는 범(汎)현대가 건설사로 자금난을 겪던 중 지난 3월 법정관리(기업회생)를 신청한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가 시공하고 있다. 유치권은 이 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공사 중이던 협력업체가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서울 부촌(富村)이자 한때 분양 불패(不敗) 지역으로 꼽혔던 대치동까지 불황 여파가 몰아닥치자, 갈수록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에이치엔아이엔씨 관계자는 12일 땅집고와 통화에서 “아티드 대치 현장 토목공사 업체가 하도급 대금 4억여원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티드 대치 공사 현장 철제 펜스에 나붙은 현수막에는 ‘당 현장은 공사비 미불로 인해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쓰여 있다.

    아티드 대치 분양 관계자 역시 “에이치엔아이엔씨가 자금 사정이 어렵다 보니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못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6월 말쯤 시행사가 시공사 변경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이르면 7월부터 공사를 재개해 사업장을 정상화시켜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계약률 10%도 안 돼…시공사는 법정관리 신청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분양한 '아티드 대치' 투시도. 1실당 분양가가 26억~33억원에 달한다. /분양 홈페이지

    아티드 대치는 대치동 한복판에 들어서는 초고가 오피스텔로 총 2개 타워로 이뤄진다. ▲A타워는 지하 3층~지상 15층에 오피스텔 28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 ▲B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에 오피스텔 16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이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1~55㎡가 26억~33억원 수준으로 평당 1억5000만원 안팎이다.

    아티드 대치가 공사 중단과 유치권 사태를 맞게 된 배경에는 결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깔려 있다. 실제 아티드 대치는 작년 말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참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률이 10%도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면서 “부동산이 불타오르던 시절에는 강남에 평당 1억5000만원 오피스텔도 잘 팔렸겠지만 소비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니 황당한 분양가라는 것이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땅집고] 범(汎)현대가 건설사인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의 정대선 사장과 노현정 전 아나운서 부부. /고운호 기자

    업계에선 시공사가 에이치엔아이엔씨는 ‘분양부 조건’(분양률에 따라 공사비를 받는 조건)으로 공사를 수주했는데, 분양이 워낙 안 되다 보니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에이치엔아이엔씨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린 끝에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3위로 ‘썬앤빌’·’헤리엇’ 등 주택 브랜드를 보유했는데, 현대가 3세이자 노현정 전 아나운서와 결혼한 정대선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견업체 ‘줄도산 공포’ 확산…수요자도 피해 우려
    [땅집고]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티드 대치' 현장. 포크레인과 각종 건축 자재들이 방치돼 있다. /이지은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중견·중소건설업체들이 에이치엔아이엔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전국 곳곳에 유치권 행사 현장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부분 주택 사업에 치중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보다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중견·중소 건설 업계에선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해피트리’란 브랜드로 아파트를 분양해 한 때 시공능력평가 57위까지 기록했던 주식회사 신일은 이달 1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설립 70년이 넘은 시공 순위 109위 중견사 대창기업도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 4월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관련기사] "남 일 같지 않네요"…신일 쓰러지자, 중견건설사 '줄도산' 공포 확산

    [땅집고]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내 중견건설사 경영 실적. /이지은 기자

    중소·중견 건설사 줄도산은 주택 시장에 후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건설사가 부도나면 관련 하청업체는 물론이고 주택 수분양자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재 도산 위기에 처한 에이치엔이엔씨가 전국에 분양한 단지에서 잡음이 터져 나온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올해 1월 말 입주를 시작한 ‘동탄역 헤리엇’ 아파트 입주민들은 에이치엔이엔씨가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AS센터가 문을 닫아, 가구당 100~300개에 달하는 하자를 보수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내 상가에는 하도급업체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일부 점포를 무단 점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표 부촌인 대치동 한복판에 유치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린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호황기 때 묻지마 분양에 나섰다가 도산 직전에 처한 현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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