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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맨해튼 전광판 광고에 돈 퍼부은 '왕로푸'…43%가 빈집

    입력 : 2026.07.06 06:00

    [땅집고] 김정모 DK아시아 회장. /이지은 기자

    [땅집고] 시행사 DK아시아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은 총 1500가구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악성 미분양을 털기 위해 지난해 판매·관리비로만 3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말 첫 분양에 나선지 2년 6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전체의 40% 이상이 빈집으로 남아있을 정도로 미분양이 심각해 판관비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기사: 리조트형 아파트 '왕로푸' 첩첩산중…미분양에 모기업도 재무 부담

    ◇미분양 폭탄 맞은 왕로푸…아직 43%가 빈 집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인천시 서구 왕길동 일대에 최고 29층, 15개동, 총 1500가구 규모 대단지다. DK아시아가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리조트형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며 개발한 자체 브랜드인 ‘로열파크씨티’를 적용한 두 번째 아파트다.

    하지만 2023년 12월 접수한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경쟁률이 0.38대 1에 그쳤을 정도로 청약 성적이 저조해 내부 타격이 컸다. 2024년 9월 아파트가 완공해 입주한 이후로도 아직 미분양 주택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첫 분양한지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계약률이 57%에 그칠 정도다. 전체 아파트 단지 중 거의 절반이 빈 집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땅집고] DK아시아가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진행하는 ‘로열파크씨티’ 브랜드 도시개발사업 위치 정리. /조선DB

    인천시 서구 일대 부지를 여럿 매입한 DK아시아는 당초 ‘로열파크씨티’ 브랜드 아파트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었다. 당초 총 3만6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두 번째 현장인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에서 대거 미분양이 터지면서 개발 계획이 사실상 ‘올 스톱’된 상황이다.

    2017년 설립한 특수관계사 DK퍼스트가 이 단지 시행을 전담하는 구조인데, 지난해 말 기준 DK아시아의 자산 총 4673억원 중 DK퍼스트에 장기대여금·미수수익 등 명목으로 묶인 돈이 1894억원으로 전체의 40.5%에 달한다. 일단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미분양을 어떻게든 해소해야만 DK아시아가 다음 분양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왕로푸 팔려 판관비에 300억 태워…미국·일본·파리 전광판에 이어 드라마·댓글 홍보까지

    [땅집고] 2023년 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로열파크씨티’ 브랜드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 모습. /DK아시아

    DK아시아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기로 판단했다. 미분양 수치는 높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리조트형 아파트로 지었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판매·관리비를 쓰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K아시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으로 통하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이어, 일본에서 전광판이 대거 밀집한 지역으로 유명한 도쿄 시부야와 신주쿠, 프랑스 파리 등 해외 각국에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영상 광고를 진행했다. 건설·시행사가 해외에서 아파트 브랜드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DK아시아가 최초다. 더불어 홍보대사로 몸값이 높은 유명 배우 이병헌을 섭외해 화제가 됐고, 지난해에는 배우 류승룡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서 아파트를 배경으로 쓰기도 했다. 이 정도면 부동산 업계 중에선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강도 마케팅이란 평가다.

    [땅집고]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아파트 관련 언론 보도에만 댓글을 남기고 있는 특정 네티즌의 활동 이력. /네이버 뉴스

    이른바 ‘댓글 알바’를 대거 고용한 의혹도 포착됐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똑같은 아이디를 쓰는 사람들이 나타나 일제히 칭찬을 쏟아내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아이디가 ‘010’으로 시작하는 네티즌의 뉴스 댓글 이력을 보면 총 175건 댓글을 남겼는데, 2023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아파트에 대한 의견만 적어온 점이 눈에 띈다. ‘7200’으로 시작하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부러운 아파트네요, 매일이 힐링이겠어요’, ‘이런 조경이 있는 멋진 아파트 부러워요’, ‘DK아시아 대단합니다! 인천 서구를 천지개벽하는군요’라는 등 모든 댓글이 칭찬 일색이다.

    이렇다 보니 마케팅을 위해 매년 투입하는 판관비가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K퍼스트가 지출한 판관비가 2024년 15억원에서 2025년 303억원으로 뛴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14억원에서 1006억원으로 반토막났고 영업이익 역시 56억원에서 31억원으로 약 95% 하락했는데, 판관비는 오히려 두 배 이상 많이 쓴 것이다.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을 계산하면 2024년 7.5%에서 지난해 30.1%로 상승폭이 크다.

    업계에선 DK아시아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백억원대 판관비를 쓸 정도로 전사적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분양 속도가 판관비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순손실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에는 김정모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안다”면서 “사실 인천 아파트를 파는데 이 정도 강도의 마케팅은 과한 수준이지만, 그만큼 DK아시아가 절박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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