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30 06:00
DK퍼스트, 인천 서구에 1500가구 ‘왕로푸’ 공급
2년 반 넘게 계약률 40%…미분양 장기화
현재 완전 자본잠식상태, 주택 재고 4500억
1900억 빌려준 모기업 DK아시아도 재무 타격
[땅집고] DK아시아가 인천시 서구 일대에 ‘리조트형 아파트’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공급했던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때문에 전사적 위기를 맞고 있다. 총 1500가구 규모로 2023년 12월 최초 분양에 나섰는데, 2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분양률이 40% 수준에 그치면서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서 홍보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만, 수도권 수도권 외곽 입지 한계로 미분양 소진이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사인 DK퍼스트는 이미 자본잠식에 빠졌고, 모기업 격인 DK아시아 역시 DK퍼스트에 대한 장기대여금 등 1900억원으로 재무 상태에 막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왕로푸’, 리조트형 아파트라더니…2년 반 넘게 계약률 40% 그쳐
DK아시아는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몸집을 키워온 시행사다. 2019년부터는 창업주인 김정모 회장의 일념에 따라 이 지역에 이른바 ‘리조트형 아파트’를 조성하겠다며 ‘로열파크씨티’ 브랜드를 단 대단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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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현장이 2020년 6월 청약을 받은 총 4805가구 규모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1~2차 단지였다. 당시 1순위 청약에서 최고 94대 1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일 때 분양에 나선 데다, 단지가 골프장, 수영장, 조식 공간 등을 갖춰 입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생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 흥행을 업고 DK아시아는 특수관계사인 DK퍼스트를 설립한 뒤 두 번째 프로젝트에 나섰다. 총 1500가구 규모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 영향으로 대거 미분양이 터졌다. 2023년 12월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이 0.38대 1에 그쳤던 것. 업계에선 첫 분양 시기로부터 2년이 넘은 시점인 올해 4월 기준으로 계약률이 40% 수준으로 미분양이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앞서 첫 현장이 생활 인프라를 갖춘 2기 신도시 검단 일대에 지어졌던 것과 달리, 이 단지는 학교조차 마땅히 없는 외딴 부지에 들어선 탓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김정모 회장이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미분양을 털기 위해 거금을 들여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광고 영상을 틀고, 계약금 5% 설정과 발코니 확장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DK아시아 관계자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후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계약률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DK퍼스트 완전자본잠식, 미분양 재고 자산 4500억…DK아시아도 타격
하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때문에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을 떠안게 된 DK퍼스트는 작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완전자본잠식이란 손실이 누적돼 자본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를 뜻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한 DK퍼스트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1038억원으로, 자본 총계가 -1035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23 년 -325억원 등 순손실이 쌓여 나간 결과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으로 31억원을 거두긴 했지만 이자비용만 251억원에 달하면서 205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2025년 말 기준 자산은 4983억원인데 부채 총계는 6018억원으로 더 많았다. 총 자산의 90%에 해당하는 4455억원이 완성주택 재고, 즉 미분양 주택이고, 현금성자산은 139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부채 총계는 6018억원은 대부분 장기차입금(4001억원)과 매입채무(1581억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재무 상황에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우므로 당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활동과정으로 회수·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분양 사태가 길어지면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사업을 위해 DK퍼스트에 차입금을 내어줬던 모기업 DK아시아도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K아시아가 DK퍼스트에 보유한 채권 내역을 보면 장기대여금 1762억원, 미수수익 131억원이다. 합하면 1894억원에 달한다. DK아시아 기업 총 자산이 4673억원인데,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분양 사업 관련 채권이 전체 자산의 40.5%에 달하는 셈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DK아시아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결국 손실을 떠안는 구조”라며 “앞으로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할 ‘로열파크씨티’ 아파트 부지가 여럿 계획돼있는데 지금 재무 상황으로선 추가 개발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