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6.11 06:00
매입임대주택 사업, 공사비 문제로 갈등
LH가 공사비 책정 근거 전면 비공개
민간사업자 정보공개·소송으로 맞서
수도권 9만가구 공급 차질 빚나
LH가 공사비 책정 근거 전면 비공개
민간사업자 정보공개·소송으로 맞서
수도권 9만가구 공급 차질 빚나
[땅집고] A 씨는 경기 김포시에서 청년주택을 지어 매입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해 330평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공사비 연동제에 따라 오피스텔(72실) 건물의 매입가에 해당하는 예상 공사비로 280억원을 산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제시했다. 하지만 LH는 이보다 26% 이상 낮은 205억원에 계약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A씨는 이 금액에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공사비 산출 내역과 근거를 각각 비교·분석해 적정 비용을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LH는 내부 지침상 공사비 산정 근거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이 요청도 거절했다. A씨는 “이대로라면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할 사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 주택 계약 과정에서 건물 대금에 해당하는 공사비 연동 금액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라 벌어지며 민간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공사비를 협의해 결정한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일방적으로 매입 금액을 통보하는 데다 산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아 상당수 민간사업자들이 매입임대 주택 공급으로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상황에 놓였다.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매입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실제로는 민간의 사업 참여 의지를 꺾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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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익 보장한다더니, 일방적 통보 후 근거 제시도 없어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란 정부가 LH 등 공기업을 통해 민간 건설사업자가 지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에게 임대해주는 방식의 주거 복지 사업이다. 건설 기간이 1~2년 내외로 아파트보다 짧아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으로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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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LH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를 모집할 때 ‘감정평가형’을 적용했다. LH가 민간건설사와 약정을 맺을 때 토지와 건물을 한꺼번에 묶어 일괄 감정평가한 금액으로 주택을 사들이기로 약속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감정평가형을 적용하는 경우 주택을 짓는 동안 공사비가 오르는 반면, 매입 가격은 고정돼있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신청하는 민간건설사가 줄어들자 LH는 2024년 감정평가형을 보완한 ‘공사비 연동형’을 도입했다. 토지는 감정가로 매입해주되, 공사비는 별도 검증 및 협의 과정을 거쳐 실제 공사에 투입한 비용에 비례해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모델이다. LH 관계자는 첫 사업설명회 당시 “공사비 연동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기존 감정평가형 대비 약 8% 수준의 추가 사업 이익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런 LH 약속을 믿고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약 230곳 건설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매입 계약을 앞둔 올해 들어, LH가 당초 설명과 달리 공사비를 산정할 때 사업자들과 별도 협의 없이 통보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마다 LH가 제시한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아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LH는 내부 지침상 해당 내용은 비공개라고 맞서며 별도로 정보공개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라고 안내 중이다.
실제로 사업자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LH가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 공개 여부 결정이 어렵다’,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A씨의 김포시 청년주택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LH가 8% 이익을 보장해준다고 해서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한 것인데, 막상 제시한 공사비는 공사원가에 가까운 금액”이라며 “약속과 달리 별도 협의 과정도 없이 계약 의사를 묻는 문서 한 장만 보낼 정도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공사비를 알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거쳤으나 거절당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 150평 부지에 총 98가구 규모 청년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B건설사는 LH의 요청으로 도면 500여곳을 수정하고 최종 가격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돌연 LH가 올해 4월 말 돌연 ‘과설계로 인한 공사 원가 상승으로 매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계약이 불발됐다.
B건설사 역시 LH에 정확한 공사비 책정 내역을 알려달라며 매입임대주택 담당자와 소통했지만 정보공개청구나 소송으로 대응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공사 원가 산정 내역 ▲확정 도면 문서 ▲과설계 지적 관련 내역 ▲설계 부적정 항목 리스트 등 총 16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이달 2일 LH 측이 대부분 정보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정보부존재’하거나 ‘비공개정보’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보낸 것. 사실상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퇴짜를 맞은 셈이다. 현재 B건설사는 LH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수도권에 9만 가구 공급”…4월까지 실적은 10%
A·B건설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업자 20여명은 지난 2일 주택건설협회와 가진 타운홀 미팅에 모여 “이제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절대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공비에서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라는 것이냐”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 참여를 위해 마련했던 공사비 연동형 제도에서 LH가 매입가 산정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최근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 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LH가 올해 1~4월 수도권에서 민간 사업자와 체결한 약정은 신축 2678가구, 기축 539가구 등 총 3217가구에 그친다. 올해 수도권 매입 목표(3만1014가구)의 10.4%에 불과하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비아파트 시장의 경우 가격 하락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인데 공공 매입 가격이 낮다면 신규 사업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로 정부가 높은 가격에 매입할 경우 LH가 짊어지는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양측이 합리적인 가격 수준을 찾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