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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건설사 연쇄 파산 아우성 터지는 매임임대주택"...정부선 9만호 공급 큰소리

    입력 : 2026.05.29 10:39 | 수정 : 2026.05.29 11:51

    <주택 공급망 붕괴> ①전세대란 막겠다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실상

    8% 이익 보장한다던 ‘공사비 연동형’ 물거품
    “원가 보장 안돼 중소 건설사 연쇄 파산 우려”
    보완책 없으면 매입임대 9만호 공급은 탁상공론

    /조선DB

    [땅집고] “20년 동안 건설업을 해왔지만 이런 행태는 정말 처음입니다. 공사비를 대폭 깎아놓고, 이 비용을 책정한 구체적인 이유나 내역은 전면 비공개라뇨. 이런 전형적인 불공정행위를 국가 기관인 LH가 주도하다니 말이 됩니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24년 처음으로 도입했던 매입임대주택사업 유형 중 ‘공사비 연동형’ 제도에 대한 건설사업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첫 사업설명회 당시 LH가 사업자들에게 기존 감정평가형 대비 8%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안내해 약 230곳 중소건설사가 이를 믿고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했는데, 첫 착공하는 올해 돌연 공사비가 예상보다 10~20% 이상 줄면서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LH가 예상보다 낮은 공사비를 책정한 근거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사업자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LH 측은 매입임대주택 사업 자체가 정부 재원을 투입해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고가 매입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지침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첫 도입한 ‘공사비 연동형’...민간 건설사 230곳 신청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란 정부가 LH 등 공기업을 통해 민간 건설사업자가 지은 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에게 임대해주는 방식의 주거 복지 사업이다. 저소득층·고령자·청년·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2004년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초 LH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감정평가형’ 위주로 진행했다. LH가 민간 건설사업자와 매입 약정을 맺을 당시, 토지와 건물을 묶어 일괄적으로 감정평가한 금액으로 주택을 사들이기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유형을 적용하는 경우 주택을 건설하는 동안 공사비가 오르는 반면, 매입 가격은 그대로라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민간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땅집고] LH 매입임대주택사업 중 공사비 연동형 매입 절차 구조도. /LH

    LH는 2024년 4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공사비 연동형’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과 달리 토지는 감정가로 매입해주되, 공사비는 별도 검증 과정을 거쳐 실제 공사에 투입한 비용에 비례해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방식이다. 공사비 상승으로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건설사가 줄어들자, 사업자 참여를 높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LH 관계자는 첫 사업설명회 당시 “공사비 연동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기존 감정평가형 대비 약 8% 수준의 추가 사업 이익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 같은 LH의 약속을 신뢰한 민간 건설사업자들은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했다. 신청 건설사만 23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자들은 일단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LH로부터 토지대금의 80%를 선금으로 받은 뒤, 나머지 대금은 자기 자본으로 충당했다. 공사비는 안내받은 대로 추후 공사를 진행하며 LH와 협의해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추후 공사비 협의하자던 LH…산정 근거·내역 모두 ‘비공개’

    그런데 공사비 연동형을 도입한지 1년 8개월여 된 올해 들어 공사비를 첫 산정하는 현장들이 나오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각 사업자마다 매입임대주택 건축에 필요한 공사비를 확정 실시설계도면에 따라 조달청 단가 기준을 적용해 제출했는데, 정작 LH가 제시한 공사비는 이보다 최소 10~20% 이상 줄어든 금액이라서다.

    예를 들어 경기 김포시 약 330평 부지에 총 72가구 규모 청년 매입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던 A건설사는 예상 공사비로 28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LH는 이보다 75억원 낮은 205억원만 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 경우 A건설사가 거두는 이익금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A건설사 관계자는 “똑같은 도면으로 같은 조달청 단가를 적용해 공사비를 산정했는데 75억원이라는 큰 액수 차이가 나는 것은 뭔가 누락되었거나 큰 오류가 있다는 얘기”라며 “이에 LH를 찾아 양 측이 산출한 공사비 내역을 하나 하나 비교해보고 격차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협의 분석해보자고 했지만, LH가 내부 지침상 공사비 산정 근거는 기밀이라며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에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진행 중인 B업체 대표 역시 “아무리 정부 산하기관인 LH라도 원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금액을 통보하고 계약하도록 하는 것은 ‘갑질’ 아니냐”면서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업체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시행만 영위하는 사업자는 파산 가능성도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

    [땅집고] 2024년 LH가 매입임대주택 공사비 연동형 제도에 대해 설명하며 사업자와 공사비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던 내용. /LH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들은 계약 절차도 불공정하다고 호소했다. LH가 제시한 공사비를 사실상 무조건 수용해야 할 뿐더러, 제안 공사 금액을 받아든 시점에서 한 달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선금으로 받았던 토지대금 80%와 함께 패널티로 선금의 10%를 추가로 배상하도록 되어있다는 것. 현재 금융 상황상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을 경우 LTV가 최대 60%에 불과해,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느라 현금이 부족한 사업자마다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고가 매입’ 지적 영향?...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 어쩌나

    LH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국가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민간 건설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건축비를 모두 지불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LH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시한 공사비를 검증할 때 5대 물가지 중 최저가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LH의 경우 나라장터나 조달청 기준 가격을 반영하는데, 민간 건설 사업자들은 이 중 더 높은 단가를 채택하면서 양측이 제시한 공사비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건축비를 검토하는 내부 심의의 경우 지침에 따라 자료를 비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LH의 고가 매입을 지적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2일 이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건설사들이 1억원짜리 집을 지어 LH에 임대주택용으로 1억2000만원에 판다는 소문이 있다”, “LH를 소위 말해 '호구' 삼는다는 얘기가 있어 대규모 조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한 만큼 LH가 공사비 책정 과정에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

    결국 공사비 연동형 제도는 출범 2년 만인 최근 폐지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LH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 정부가 계획했던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값을 잠재우는 데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이달 26일 정부가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26~2027년 2년 동안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6만6000가구를 서울·경기지역에 짓겠다고 한 시점인 만큼 사업자들과의 화합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매입임대주택을 통해 공급에 적극 대응하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지금처럼 시장 위축이 초래된 여러 원인들을 추정해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목표 물량을 무리하게 설정하는 경우 집행 기관이 그만큼 무리수를 둘 여지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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