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6 07:19 | 수정 : 2026.04.16 07:26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의 부동산 철학 비판] ② 집값 폭등이 주범이 아파트 소유자?
[땅집고]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신문기고문과 인터뷰를 읽다 보면 ‘지대추구’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현대 정치경제학에서는 지대란 '공급이 제한된 자원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뜻한다.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는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활동 대신, 정치적•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미 존재하는 부의 배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행위를 말한다.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한 진입장벽구축, 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규제를 만드는 것 등을 지칭한다. 부동산과 관련된 대표적 지대추구 행위는 토지의 용도 변경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행위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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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추구이론이란 이름을 만든 경제학자 앤 크루거 (Anne Krueger)는 인도와 터키 같은 개발도상국을 연구하다 생산적 활동 대신 수입 면허를 따내는 것이 엄청난 혜택이란 것을 발견했다. 생산적 활동 대신 정부 면허를 따내는 행동을 지대추구로 봤다. 그의 논문 ‘지대추구 사회의 정치경제학’이 이 분야의 원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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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지대추구형 경제를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로 정의했다. 일부 권력층이 대중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설계한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 국가를 빈곤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임스 뷰캐넌은 지대추구라는 단어를 자신의 저서와 연구에서 핵심 키워드로 사용 이론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그는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정치가들이나 이익집단이 어떻게 지대를 추구하며 이로 인해 '정부 실패'가 발생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뷰캐년은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시장의 개인처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존재'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서류 복사 직원도 다주택자는 다 빼라”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론적 배경이 있다.
◇공급 희소성이 만든 초과이익을 착취로 본 편향
지대추구이론을 주택 및 도시 경제학과 연결한 학자로는 윌리엄 피셸(William Fischel)이 있다. 그는 2001년 '홈보터 가설(Homevoter Hypothesis)' 을 통해 주택소유자들이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투표와 압력을 통해 용도지역제(Zoning) 같은 규제를 강화하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공급 억제를 통해 새로운 아파트나 저소득층 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막음으로써 기존 주택의 희소성을 유지하고 가격을 올린다는 분석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Edward Glaeser)와 조셉 지오코 (Joseph Gyourko)는 도시의 엄격한 건축 규제가 주택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여, 주택 가격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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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자들의 입장에서 주택가격을 낮추는 것은 용도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서울의 집값을 낮추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과 주변지역에 남아 있는 농지 등에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고, 재건축 재개발시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아파트가 갖는 희소성이 만든 초과 이익을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이다.
하준경 수석의 지대추구론은 앤 크루거, 윌리엄 피셸,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론을 철저하게 비틀고 거꾸로 적용했다. 지대추구론 본질은 규제로 인한 초과이익이다. 따라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규제를 철폐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하 수석은 지대추구 이론은 규제혁파가 아니라 아파트 소유자들을 초과이익을 독점하는 특권층으로 본다는 것이다. 지대추구론은 초과이익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해법인데 반해 하 수석의 이론은 공급이 아니라 더 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최신 이론을 외면한 브라운대 박사
특정 도시의 주택에 수요가 몰려 집값이 비싼 것은 글로벌 도시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와튼 스쿨의 조셉 지오코 교수 등은 2006년 논문 〈Superstar Cities〉를 통해 이 현상을 해명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슈퍼 부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서울 등)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지만 이들 도시는 이미 가용 토지가 부족하거나, 강력한 건축 규제(Zoning) 때문에 주택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적인 도시는 집값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되지만, 슈퍼스타 도시는 공급이 막혀 있어 집값이 소득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게 치솟는다. 결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부유층만 남는 '선별적 거주' 현상이 발생한다.
하 수석이 보유세 1.4%로 집값이 덜 오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미국이야 말로 ‘슈퍼스타 시티’가 즐비한 나라이다. 최근 한강변에 100억,200억 하는 초고가 아파트들의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들 아파트를 사들이는 사람은 한류스타 재벌 2세 벤처창업가 코인투자그들이다. 초고가 주택을 사용가치가 아니라 부유층의 신분을 상징하는 일종의 트로피 하우스이기 때문에 구입자들은 가격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하준경 수석은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명한 학자이다. 집값 폭등과 관련돼 ‘홈보터 가설’, ‘슈퍼스타시티론’ 등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는데 하준경 수석은 그런 이론들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창적 지대추구론을 구사하고 있다.
◇헨리조지 학파의 지대추구론과 일맥상통
하준경 수석의 글에는 헨리조지학파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묘하게 통한다. 토지 공유제를 주장하는 ‘진보와 빈곤’이란 책을 1879년 발표한 사람이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조지이다. 헨리 조지는 토지의 사적 소유는 불로소득을 발생시켜 부의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신자였던 헨리 조지는 지대를 100% 토지세로 납부하는 제도는 성경에 기초했다고 주장한다. 공산주의가 토지와 자본의 공유를 주장한 반면 헨리 조지는 토지의 공유, 자본의 사유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헨리조지는 생산력 향상에도 빈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토지 가치를 차지하는 것을 합법화 하는 토지사유제 탓이라고 분석했다. 헨리는 '토지사유제'를 없애야 하지만, 사유제가 관습화된 나라에서 토지를 공유화할 필요는 없고 단지 매년 토지의 연간 임대 가치인 지대를 정부가 환수하고 다른 조세를 면제하는 제도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추미애 경기도 지사 후보가 한때 공약했던 국토보유세도 헨리조지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