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3 06:00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의 부동산 철학 비판] 1편 =보유세 1.4% 미국은 유토피아인가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이 성장과 양극화 해법”
보유세 1.4%라는 미국, 집값 폭등 되풀이
왜곡과 과장, 독단의 ‘방구석 워리어’ 해법 아닌가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이 성장과 양극화 해법”
보유세 1.4%라는 미국, 집값 폭등 되풀이
왜곡과 과장, 독단의 ‘방구석 워리어’ 해법 아닌가
[땅집고]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제 축소’ ‘전세대출 축소’ ‘아파트 갭투자 금지’
정부에서 이미 채택했거나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정책들은 가히 ‘혁명적’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성역(聖域)이다. 당시에도 규제론자들이 득세했지만, 최소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나 서민의 주거 사다리인 전세 대출 만큼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표(票)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 금기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의 부동산 철학이 있다. 하 수석의 과거 기고문과 언론 인터뷰들을 읽어보면 현재의 서슬 퍼런 정책들이 담겨 있다.
◇ “지대추구 부동산은 만악(萬惡)의 근원” 하준경의 도그마
하 수석의 논리는 명쾌하다. 낮은 보유세와 손쉬운 대출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었고, 혁신 기업으로 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에 묻히면서 혁신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 지나치게 높은 주거 비용으로 젊은층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 혼인과 출산 기피로 이어졌다. 자산의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생산성 저하, 개인 차원에서는 노후 대비 악화로 이어진다. 축소 지향적인 지대추구 사회로 가는 것보다는 보유세 선진화로 성장을 촉진하고 주거복지도 강화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 하 수석의 결론이다.
그에게 생산 대신 지대를 추구하는 부동산은 한국 사회의 저출산, 양극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만악의 근원’이다. 해법은 쾌도난마(快刀亂麻). 대출을 틀어막고 보유세를 대폭 올리면 부동산 투기는 사라지고 한국은 다시 성장의 길로 들어서 자연스럽게 저출산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것. 하 수석이 그린 그림대로 이재명 정부의 개혁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과연 그의 논리 정연한 이론대로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이 이뤄질 것인가. 그의 논리는 잘 뜯어보면 사실 관계도 일부 틀리고 과장과 왜곡, 독단의 ‘방구석 워리어’ 공상에 가깝다. 단순 명쾌한 이론으로 유토피아를 만들려는 꿈은 언제나 좌절했다. 하 수석에게만 예외일까.
◇ 보유세 1.4% 미국, 집값 폭등과 폭락으로 리먼쇼크 야기
첫째, 하 수석은 미국식 보유세를 한국이 본받아야 할 ‘글로벌 스탠다드’로 떠받든다. “미국은 토지공개념이란 말은 쓰지 않지만 보유세 1.4%를 매년 부과하니 산술적으로 71년마다 그 가치를 전부 회수하는 셈이다. 수명이 무한한 토지와 수명이 유한한 자산들 간의 불균형을 줄여주면 국민도 땅보다는 사람과 지식에 좀 더 눈길을 주지 않겠나.”(동아일보 2018년 3월 31일 칼럼 ‘토지공개념, 조세체계 합리화부터’)
그러나 하 수석이 말하는 ‘보유세 천국’ 미국조차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같은 대도시는 집값 폭등과 주거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유세 1.4%가 집값을 잡는 전지전능한 도구였다면, 왜 미국 서민들은 텐트를 치고 거리로 나앉는가. ‘야성적 충동’이라는 책을 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가 왜 그토록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경고했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왜 임비(IMBY·In My Backyard) 운동이 발원했을까. 임비는 우리 동네에 집을 더 짓고 임대주택도 받아들여야 주택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용도지역제(Zoning)’규제로 기존 거주자들은 주거 환경 쾌적성을 이유로 단독주택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을 막아왔다. 대도시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 폭등으로 중산층도 ‘주거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보도는 왜 나오나.
묻고 싶다. 하 수석은 보유세 1.4%로 혁신성장하는 미국이 ‘지대추구의 양극화 지옥’ 한국보다 양극화를 더 잘 극복한 더 좋은 복지사회,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가?
둘째, 미국의 주택보유세는 집값을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 치안을 위한 재원일 뿐이다. 그래서 자치단체마다 세율도, 공제제도도 다 다르다. 세율이 높다는 것은 집값이 낮고, 집값이 비싸면 세율이 낮은 상호 보완적 관계다. 주택보유세를 정하는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바로 세금을 내는 주민들이 선택한다. 한꺼번에 세금을 대폭 올리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는다.
게다가 주(州)마다 천차만별인 실효세율을 1.4%라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학자로서 무책임한 일반화다. 영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주택 보유세 대신 주택 거주세를 채택한 선진국 사례는 왜 입을 닫는가. 상하이 등 중국에는 1주택자에게 보유세가 없다.
금융과 혁신 성장 전문가인 하 수석은 대학 교수시절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자신 만의 지식과 상상으로 세상을 재단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하지 않았지만, 경제수석이라는 자리에 있는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를 다른 전문가들과 공개적인 논쟁을 거쳐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 집값 통제 가능한가.. ‘행정 만능주의’의 오만
셋째,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하 수석의 ‘행정 만능주의’이다. 국가가 세금과 대출 규제로 집값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자 무지이다.
선진국 정치인은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하지 않는다. 집값은 금리, 유동성, 인구 구조, 공급 물량이 뒤섞인 시장 경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 “서민층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대출제도를 개선 하겠다”는 것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한다.
다른 나라에 하 수석보다 똑똑한 학자, 정치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의 역사를 알기에 겸손한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 쳤던 문재인 정부의 김수현 전 정책실장조차 퇴임후 저서에서 “정부는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뼈아픈 반성문을 남겼다. 하 수석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묘하게 겹쳐보인다. 부동산이 전공이 아닌 학자 출신으로 “집값을 통제하겠다”는 무모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hbcha@chosun.com
※땅집고는 반론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의 부동산 철학과 관련한 일반인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