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07 06:00
대치동 땅에 2300억원 근저당 설정한 시공사
“조합이 PF 책임지면 해제 가능”
비례율 130%→15% 떨어지더니 ‘20억 더 내야’
억대 근저당에 매매와 전월세도 제한
“조합이 PF 책임지면 해제 가능”
비례율 130%→15% 떨어지더니 ‘20억 더 내야’
억대 근저당에 매매와 전월세도 제한
[땅집고] 27억 4683만원. A시공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정비사업 조합원 B씨를 상대로 설정한 근저당 금액이다. B씨의 경우 ‘C 아파트’ 전용 84㎡를 분양받으면서 분담금 7억원을 납부했으나, 채권최고액 120%를 고려할 때 20억원 이상을 더 내야 정산이 가능하다.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를 기대했던 조합원들이 수십억원 근저당을 떠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지난해 7월 준공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축 아파트 C단지 이야기다.
사업 시행자인 D지구재건축조합(D지구조합)이 지난 해 가을 만기 예정이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갚지 못하자 연대보증을 섰던 A시공사는 조합원 재산을 담보로 2300억원 규모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로 인해 매매와 전월세가 제한되는 등 재산권 침해 문제까지 발생했다.
☞ 관련 기사 : '청약 1025대 1' 대치동 재건축 아파트의 비극, 2300억 빚폭탄에 결국…
◇ ”7억이라더니 34억”…분담금 폭탄 맞은 대치동 신축 아파트
6일 대법원등기소에 따르면 A시공사는 지난해 8월 조합이 보유한 사업지에 채권 최고액 총 2300억원 근저당을 걸었다. 연대보증금액 1700억원보다 600억원 많다. 통상 채권최고액을 120%로 설정하는 데다, 금융비를 합하면서 금액이 대폭 늘었다. 해당 사업장에는 C단지가 들어서 있다.
1개 필지 등기부 조회 결과, 지난해 8월 11일부터 한달 사이 총 7건 근저당이 설정됐다. 근저당 규모는 15억원~27억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채무자는 각 조합원, 근저당권자는 A시공사다. 등기 목적은 모두 ‘D지구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지분 및 조합 지분 전부 근저당권 설정’이다.
A시공사는 D지구조합이 연대보증금액 1700억원과 금융이자 등에 관한 채무를 책임진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근저당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시공사 관계자는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통해 채권채무를 확정하고,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 ”세입자 보증금으로 근저당 갚는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해당 단지는 대출 제한·재산권 행사 등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 임시 사용승인·부분 준공승인을 받더라도 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를 거치지 않으면 이전고시가 불가능하다. 주택 소유권을 의미하는 등기가 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근저당 이슈로 인해 인근 신축에 비해 전월세 가격이 낮다”며 “세입자 보증금으로 근저당을 갚으면 키를 받아 입주가 가능하고, 다음 세입자를 받아야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중개사이트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의 전세 매물은 15억8000원부터 나와 있다. 월세는 보증금 10억원 기준, 280만원 선이다. 2년 먼저 준공한 ‘대치푸르지오써밋’의 경우 전세는 16억원부터, 월세는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320만원부터다.
◇ ‘사업성 지표’ 비례율, 130%→19%…조합 ‘해결 가능’
이런 가운데 D지구 조합은 사태 해결을 위해 7일 관리처분계획변경 총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안건은 사업 비례율을 19.65%로 확정하는 것이다. 이 사업장 비례율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 당시 130.5%였으나, 시공사 교체와 수차례 설계 변경 등을 거치면서 19.65%로 내려앉았다.
비례율은 정비사업을 마친 뒤 총 수입에서 총 사업비를 제한 금액으로, 사업성 지표로 불린다. 통상 100%가 넘으면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합은 추후 A법인에 단지 내 운동시설을 매각해 호텔신라의 프리미엄 피트니스 센터 ‘반트 라이프 스타일’을 유치하면 100%대 비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분양가 1억2000만원 상당의 회원권을 1500구좌 발행해 17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운동시설은 단지 북측에 있다.
조합 관계자는 “(운동시설과) 총회 개최 여부 등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 “호텔신라 그 반트 맞나” “알아서 판단하라”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의 계획을 따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조합이 주장했던 호텔신라의 반트 입점이 여태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례율 하락, 조합원 분담금 증액 등 조합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리처분계획변경안 가결이 추가분담금 증액으로 간주되는 만큼, 안건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최근 조합 측에 ‘호텔신라의 반트가 맞냐’고 질의했는데 ‘알아서 판단하라’는 답을 들었다”며 “지금까지 호텔신라 반트가 들어오면 추가 분담금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따랐는데, 수십억원 근저당이 잡힌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운동시설 매수자가 호텔신라의 반트가 아닌 경기도 광주 소재 신생 법인 ‘○○반트’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호텔신라 측은 “협의 중이나,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