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27 06:00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구마을3지구 재개발 조합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미납 공사비 등 약 2300억원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상가 매각을 본격화한다. 이곳은 당초 강남 알짜 사업지로 꼽혔으나, 고급화·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크게 늘어 빚 폭탄을 안게 됐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일 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원 당 10억~20억원 근저당권 설정을 조건으로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일 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원 당 10억~20억원 근저당권 설정을 조건으로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 2300억원 근저당 폭탄 맞은 구마을3지구, 상가 매각으로 빛 볼까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구마을3지구조합은 다음 달 5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단지 내 북측 상가 매매 계약 관련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20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상가는 지하1층~지상1층, 전용면적 6466㎡(1955평) 규모 복리시설(운동시설)이다. 조합은 지난 달 5일 분양 공고를 게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A업체를 선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 이후 계약서 작성 등 수순을 진행할 것”이라며 “위탁운영사를 통해 브랜드 운동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 ‘반트(VANTT)’ 입점을 목표로 해왔다.
일각에서는 조합의 상가 매각이 제대로 이뤄질 지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선 A업체는 경기도 광주에 주소를 둔 신생 회사로 알려져 있다. 올해 8월 말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조합 측에 입찰보증금 1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마을3지구 한 조합원은 “상가가 팔린다는 소식에 기뻐서 잠을 설쳤다”면서도 “신생 회사가 운동시설 설치·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 조합원 아파트 내놓으세요
만약 상가 매각이 불발되면 수천억원 부담은 연대보증을 선 현대건설이 짊어진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사업비와 공사비 등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1700억원의 PF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이 PF는 한 번 연장을 거쳐 올해 10월 말 만기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잔금 740억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현재 현대건설은 상환자금 마련을 입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수십억원 근저당 설정과 공증을 받아야만 키를 준다는 것이다.
◇ “팔목 자르는 심경” 울면서 입주 혹은 입주 거부
조합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8월 초만 하더라도 11억원으로 추정됐던 가구 당 분담금이 20억원 이상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근저당 설정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놓였기 때문. 현재 상당수 조합원이 근저당에 동의하고 새 아파트 열쇠를 넘겨받았으나, 일부 조합원의 경우 입주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PF 대출금 1700억원 중 현대건설 연대보증 금액을 제외한 차액(600억원)을 조합원 150명이 나눈 돈을 내면 된다더니, 며칠 사이 10억 빚이 더 늘었다”며 “새집 입주를 기다리다가 환급금은 커녕, 20억원 근저당 설정을 요구받으니 너무 기가 막힌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은 “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근저당권 설정 동의서 등 총 4개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열쇠를 준다”며 “강남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 고무줄 비례율이 따로 없네…130%→19%→130%
대치구마을3지구는 우수한 입지를 내세워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분양을 추진해 분양 수익도 극대화했다. 전용 84㎡ 분양가가 22억원 선으로, 조합원 평균 분양가 약 11억원보다 2배 높았다. 지난해 10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025대 1을 기록하는 등 서울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을 세웠다.
국내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수요가 몰렸다. 휘문고 등 명문학교가 가깝다. GBC(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가 정차하는 삼성역(2호선)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간다.
그러다 시공사 교체, 수차례 설계 변경을 거치면서 사업비가 급증했다. 2019년 3월 시공사를 대림산업(현 DL)에서 현대건설로 바꾸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택했고, 고급화와 상가 면적 확대 등을 추진했다. 3.3㎡(평) 당 공사비가 580만원에서 2022년 5월 785만원, 2025년 6월 1062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2017년 관리처분인가 당시 130% 선이던 추정비례율이 19%대로 급락했다. 조합은 상가 매각을 통해 비례율이 다시 130%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