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12 06:00
[사장 선임 절차 하자 논란 KT 집중탐구] ② 정치권 낙하산 논란 사외이사
사외이사 셀프 연임 논란
자격 상실 사외이사, 대표 선임 과정 참여
전직 이사 “이사회 전원 사퇴해야”
사외이사 셀프 연임 논란
자격 상실 사외이사, 대표 선임 과정 참여
전직 이사 “이사회 전원 사퇴해야”
[땅집고] 박윤영 KT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절차 논란의 뿌리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굳어진 이사회 구조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관과 상법 취지를 벗어난 셀프 연임과 정치권 인사 중심의 사외이사 구성이 누적되면서 대표이사 선임 과정 전반에 법적 흠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KT 이사회는 전체 10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8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중 7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인사들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KT의 지배구조 특성상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가 경영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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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으로 굳어진 사외이사 카르텔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사외이사 연임 과정이다. 당시 연임 대상이던 사외이사 4명 (김성철·김용헌·곽우영·이승훈)은 상호 추천과 자체 평가 방식을 통해 전원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가 만료된 4명의 이사를 전원 재추천하면서 이사들이 스스로를 다시 선임하는 구조, 이른바 ‘셀프 연임’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연임 대상인 안건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선 올해 3월에 임기가 끝나는 나머지 4명의 임기도 연장해 주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연임 결정이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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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구성의 정치적 편향성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사외이사는 윤석열 정부와의 직·간접적 연관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이사회 내 다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되면서 정치적 외풍이 이사회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KT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등이 핵심적인 안전장치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외이사가 장기 재임하고, 스스로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외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낙하산 사외이사’들의 셀프 연임을 가능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이사회가 하나의 카르텔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소유 분산 기업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합법의 외피를 쓴 권력 고착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같은 정치적 압박으로 물러났던 구현모 전 KT 대표는 “정당성을 상실한 이사회가 뽑은 대표이사를 이해관계자들이 과연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제기된다”며 이번에 응모 자체를 하지 않았다.
◇자격 상실 사외이사 방치…이사회 결의 효력 무효 가능성
조승아 사외이사의 자격 논란 역시 이사회 운영의 위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조 이사는 KT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이 장기간 방치됐다. KT는 지난달 2026년 주주총회 안건을 검토하던 중 이 사실을 발견했다. 상법상 사외이사 겸직 제한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약 21개월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대기업 이사회 관리 체계의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이사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포함한 모든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관상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표이사 선임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기간 동안 조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 자체가 문제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조 이사의 자격 상실 문제가 뒤늦게 불거지면서 최종 후보 표결 과정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대표이사 선임 결의 전반이 오염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전직 KT 사외이사는 “KT 사태의 본질은 셀프 연임 등 사외이사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이사회가 만든 구조적 문제”라며 “정관은 기업의 헌법과 다름 없는데, 이를 무시한 KT 이사회는 전원 사퇴가 답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