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6 16:08
[땅집고]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키 맞추기, 신고가 속출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강도 규제에 따라 내 집 마련을 서두르거나 전월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무려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 강북 뉴타운 ‘15억원 키맞추기’· 강남 재건축 ‘신고가’
최근 2달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는 ‘15억원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 25억원 초과는 2억원만 대출이 된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대문 가재울뉴타운이다. 신축 아파트가 밀집하고 도심 접근성이 우수해 주거 선호도가 높고, 강남권 대비 주택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 84㎡의 경우 10·15 대책 적용(10월20일) 이후 매매 거래 7건 중 2건(28%)이 15억원이었다. 10월1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36건 중 4건(11%)이 1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율이 높아졌다.
가격도 오름세다. 10월만 하더라도 13억원대 계약이 3분의 1을 차지했으나, 11월과 12월에는 이 같은 금액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15억5000만원(30층)에 팔리면서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처럼 대출 상한선에 맞춰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점진적으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서대문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6억원 미만 아파트 보유자가 6억원에 팔아 10억원 집을 사고, 10억원 미만 아파트 매도자가 15억원을 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결국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오르게 됐다”고 했다.
가격 상승은 비단 중저가 아파트 만의 일이 아니다.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8차’ 전용 107㎡는 10월 말 59억5000만원(4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2월 발생한 직전 거래가 44억5000만원(5층)과 비교하면 15억원 올랐다. 이 단지는 한양3·4·6차와 함께 압구정4구역에 속해있다. 올해 8월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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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도 10·15대책 이후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76㎡과 전용 84㎡가 각각 38억원(10층), 43억1000만원(13층)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8.04% 올랐다. 12월 셋째주 기준, 45주 연속 오름세다. 집값 급등기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8.03%)과 2021년(8.02%) 누적치를 뛰어넘었다. 이번 달이 남아 있으나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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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중저가와 고가 아파트 시장의 오름세를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2026년 주택 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을 통해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과 공급 확대 정책 추진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 변수와 공급 부족 누적 등으로 인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westseo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