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10 16:04
[땅집고] 서울 을지로 업무지구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인 ‘을지트윈타워’ 서관이 새 주인을 맞는다. ‘도심 한복판 주력 자산임에도, 매각가는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돌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 [단독] 을지트윈타워 서관 6570억원에 팔린다…퍼시픽자산운용 우협 선정
관련기사 : [단독] 을지트윈타워 서관 6570억원에 팔린다…퍼시픽자산운용 우협 선정
업계에 따르면 KT투자운용은 지난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을지트윈타워 서관(근린생활시설 포함)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번 매각 입찰에는 퍼시픽자산운용 외에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4개사가 참여했다. 매각 가격은 총 6570억원으로 건물 연면적 기준 평당 2512만원 선이다. 2019년 이 빌딩을 5150억원(연면적 평당 1970만원)에 인수했던 KT투자운용의 리츠 케이리얼티10호는 매각이 최종 마무리되면 약 6년 만에 1420억원(28%)의 차익을 올리는 셈이다. 하지만 당초 평당 3000만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는 낮은 가격란 이야기가 나온다.
◇ 을지트윈타워 평당 2500만원선에 팔릴 듯…시장 기대치보다 20% 낮은 가격
서울 종로구 을지로4가에 있는 을지트윈타워는 2019년 준공된 신축급 대규모 오피스로 입지가 우수해 랜드마크 자산으로 불렸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지어진 빌딩이다.
지하 8층~지상 20층에 연면적 약 14만 6675㎡(약 4만4370평) 규모의 오피스·리테일 복합 빌딩이다. 지하철2호선 을지로4가역 역세권이다.
건물 전체 면적 중 KT투자운용이 리츠를 통해 보유 중인 서관 오피스(연면적 2만6153평)가 이번에 거래된 매물이다. 나머지 동관은 BC카드가 보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KT투자운용은 평당 3000만원 수준에 매각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투자자들의 매매 희망가가 낮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기준을 2800만원까지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권역(CBD) 평균 매매가격은 평당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을지로에서 거래된 서울 중구 수하동에 동국제강이 사들인 페럼타워는 평당 3829만원(총 6450억원)에 팔렸고, 충무로에 있는 삼양N타워는 평당 3596만원(총 2270억원)에, 현대그룹의 연지동 사옥은 평당 2835만원(총 4500억원)에 거래됐다.
이와 비교하면 주변 오피스 대비 20~30% 가격이 낮고, 을지트윈타워의 거래가격은 도심권역 평균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 세운지구에 고층 오피스 줄줄이 들어선다…공급 과잉 선반영
업계에서는 을지트윈타워의 거래가격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진 이유로 향후 서울 도심권역(CBD)에서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예정된 점을 꼽는다. 특히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에 여러 오피스 빌딩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직격탄이었다는 분석이다.
세운지구는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 (종묘~남산구간) 약 84㎡ 규모에 지정된 도심 재정비촉진지구로 업무, 상업, 주거, 문화가 결합된 복합 도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06년 지구지정이 이뤄졌다.
이 일대에는 2030년까지 예정된 오피스 개발 계획이 많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5-1·5-2구역)에 오피스 개발사업을 위해 1조14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지하8층~지상38층 규모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을 개발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한호건설은 세운 6-3-3구역, 세운 3-2·3구역에 오피스를 짓는다. 세운 6-3-3구역은 지하 8층~지상32층, 업무시설 1개동과 근린생활시설이 조성된다. 당초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오피스로 개발 계획이 변경됐다. 세운 3-2·3구역은 1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들여 오피스를 짓는다. 연면적 17만909㎡(5만1700평), 지하 9층~지상 36층 오피스빌딩 2개 동을 신축할 계획이며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세운4구역은 서울시와 SH가 공공참여 방식으로 복합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0 세운4구역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1008%로 약 1.8배 높인다고 고시했다. 용적률에 따라 건물 높이가 142m까지 높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바로 맞은 편에 위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고층개발이 이뤄지면 종묘와 남산 등의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세운지구 자체가 강북 핵심 녹지축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사업으로 주거·업무시설 등의 개발 계획이 꾸려졌지만, 20년 넘게 지지부진한데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간 갈등마저 공론화하면서 이 일대 오피스 시장 가격이 저평가 받게 됐단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30~40층급 대형 오피스가 순차적으로 준공하면 기존 자산은 임대료 경쟁력 확보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선반영한 가격 조정이 이번 거래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