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07 10:02 | 수정 : 2025.11.07 11:38
[땅집고] 제주헬스케어타운 핵심 인프라 시설로 계획했지만 경매로 넘어간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이달 약 204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자는 부산·경남지역에서 부민병원을 운영 중인 인당의료재단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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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28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 대지 2만8002㎡(8471평)에 들어선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4회차 경매를 진행한 결과 204억7690만원에 낙찰됐다. 인당의료재단이 단독입찰로 최저입찰가인 204억6190만원 대비 1500만원 높은 금액을 써내면서 낙찰받아간 것. 당초 감정가(596억5568만원)의 3분의 1 가격에 그친다.
정흥태 인당의료재단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 “이 병원을 종합병원으로 활용할지, (당초 설립 목적에 따라) 외국인 의료 환자를 유치하는 전문병원으로 운영할지는 제주도와 좀 더 의논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총 200병상 규모로 계획된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 남단인 서귀포시 일대에 총 153만9339㎡(47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 사업 일환으로 지어졌다. 당초 이 병원과 함께 호텔 등을 함께 지어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체류형 복합의료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공기업 녹지그룹으로부터 약 1조원 규모 투자를 받아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녹지그룹과 제주도가 병원 허가를 두고 실랑이를 하면서 개원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병원이 외국 자본을 투입해서 짓는 영리병원인 만큼 제주도가 의료의 공익성을 위해 2018년 12월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병원 개설 허가를 내준 것. 녹지그룹은 진료 대상에서 내국인을 포함해달라며 소송을 걸었지만 2023년 12월 제주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로 최종 패소했다.
소송전을 치르며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자금난에 빠진 녹지그룹은 2021년 병원 지분의 75%를 국내 기업 ㈜디아나서울에 넘겼다. ㈜디아나서울은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유명세를 탄 김수경 전 우리들병원그룹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김수경 ㈜디아나서울 회장은 지분 인수 이후 병원 사업을 재개하려고 노력했지만, 제주도가 이 병원이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이었던 ‘외국인 투자 비율 50% 유지’를 어기게 됐다고 제동을 걸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은 올해 1월 경매 접수됐다. 7월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인 596억5568만원에 입찰을 받기 시작했으나 선뜻 응찰하는 사람이 없어 연속 세 차례 유찰됐다. 그러다 이번 4회차 경매에서 인당의료재단이 204억7690만원에 낙찰받으면서 병원이 회생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오는 12월 4일 인당의료재단이 납부한 입찰보증금 외 잔금 180억원을 납부하면 병원 소유권을 갖게 된다. 다만 경공매 업계에선 인당의료재단이 잔금 납부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2023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병원에서 내국인 진료가 제한되는 점, 2017년 병원이 공사를 멈춘 뒤 올해로 8년째라 적지 않은 보수 비용을 들여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당의료재단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