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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무현 후원자가 인수한 제주 중국 병원 반값에 통경매행

    입력 : 2025.10.17 09:24 | 수정 : 2025.10.17 11:49

    [단독] 제주 헬스케어타운 중심이던 ‘우리들녹지국제병원’ 반값에 통경매로

    [땅집고]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유명세를 탄 김수경 전 우리들병원그룹 회장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던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약 204억원에 통째로 경매에 나왔다. 제주도 남부권에 초대형으로 조성하는 의료관광단지인 ‘제주 헬스케어타운’ 핵심 인프라로 계획된 병원이지만, 제주도로부터 개설 허가 취소를 당한 이력이 있어 입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땅집고옥션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 대지 2만8002㎡ (8471평)에 들어선 1만8252㎡(5521평) 규모 ‘우리들녹지국제병원’ 건물이 이달 28일 최저입찰가 204억6190만원에 경매를 진행한다. 당초 올해 1월 경매 개시 결정된 후 지난 7월 감정가인 596억5568만원에 1회차 경매에 부쳐졌으나, 입찰한 기업이 한 군데도 없어 이달 최초 금액의 반값 수준에 4회차 경매를 알린 것이다.

    [땅집고] 이달 204억원에 통경매를 진행하는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 ‘우리들녹지국제병원’ 건물 및 토지. /네이버 거리뷰

    제주도, 중국 자본으로 헬스케어타운 개발하다 좌초…병원도 무산

    이번에 경매에 등장한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곳은 총 153만9339㎡ (47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제주 헬스케어타운이다. 제주지역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체류형 복합의료관광단지로 계획된 사업지다. 201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공기업 녹지그룹으로부터 약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녹지그룹은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핵심 인프라로 200병상 규모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해 400실 규모 휴양콘도미니엄, 255실 규모 힐링타운, 313실 규모 힐링스파이럴호텔 등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당초 2022년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내국인 진료 문제, 자금난 등이 겹쳐 공사가 중단됐다.

    병원은 공사 재개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김수경 회장이 대표인 ㈜디아나서울이 2021년 녹지그룹이 갖고 있던 병원 지분의 75%를 인수하고, ‘우리들녹지국제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사업 시동을 걸고 나선 것. ㈜디아나서울은 제주도에서 총 18홀 규모 골프장인 서귀포팬텀CC(옛 우리들CC)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들리조트의 자회사다.

    [땅집고] 2023년 10월 김수경 ㈜디아나서울 회장이 제주도 우리들녹지국제병원 IT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인삿말을 하고 있다. /조선DB

    ㈜디아나서울의 회장 김수경씨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허리 디스크 수술을 집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던 이상호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장의 전 부인이자 기업가다. ‘내 친구 노무현’이라는 책을 펴내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활동하던 시절 유력 당선자로 무게가 실리자 우리들병원그룹 산하 우리들제약 주식 가격이 ‘문재인 테마주’로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수경 회장은 ‘우리들녹지국제병원’ 지분 인수 이후 그동안 축적해온 우리들의료재단의 의료 사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MOU를 맺고, 언론을 초대해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암초도 있었다. 제주도가 ‘우리들녹지국제병원’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리면서다. 당초 제주도가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하며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 비율 50% 유지’를 내걸었는데, 녹지그룹이 지분 대부분을 국내 기업인 ㈜디아나서울에게 매각했으므로 병원 개설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2023년 대법원이 제주도의 손을 들어준 이후에도 김수경 회장의 홍보 노력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번에 병원에 경매로 나오면서 ㈜디아나서울의 병원 살리기 작업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김수경 회장 자금난도 영향?…경매로 병원 싸게 사도 개발은 불투명

    업계에선 김수경 ㈜디아나서울 회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점도 ‘우리들녹지국제병원’ 사업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나서울의 모회사 우리들리조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2억1305만원 ▲2022년 -20억437만원 ▲2023년 -55억6931만원 등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4월 감사보고서에선 우리들리조트가 담당 회계법인에 2024년분 연결재무제표를 제출받지 못해 공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지난해에는 김수경 회장이 2012년 매입해 13년여간 보유·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 펜트하우스 전용 269㎡가 감정가 144억원에 경매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감정가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매물이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수경 회장은 세금을 체납해 2013, 2015,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압류를 당한 기록이 있으며, 주택을 담보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가 제 때 갚지 못해 강제 경매에 넘어갔다 취하된 적도 여럿 있다. 그러다 결국 2024년 7월 제 2금융권에 의해 아파트가 임의경매에 부쳐졌다.

    [땅집고] 2012년 착공했으나 2017년부터 공사가 멈춰선 제주 헬스케어타운 모습. /JDC

    한편 경매 전문가들은 이번에 경매로 나온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을 감정가 대비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게 낙찰받더라도 실제 개원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먼저 의료시설이긴 하지만 외국인 전용병원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일반의료시설로 개원하려면 용도변경을 신청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비용이 별도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허가가 떨어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병원이 2017년 공사를 멈춘 뒤 지금까지 유령 건물로 남아있던 탓에 막대한 수리·보수 비용도 추가로 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더 나아가 현재 제주 헬스케어타운 개발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 병원 입지 자체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입찰을 앞둔 투자자 기업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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