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3 06:00
[땅집고] 서울에서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이 팔린 아파트 5개 중 4개는 강동구 대단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간 송파구 5000가구 이상 아파트가 상위권에 들었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27 대책’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6억원 주택담보대출금액 상한선을 만들면서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드는 사이 인접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 강동구 신축·구축 싹~다 잘 팔린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 상위권은 강동구 아파트가 ‘싹쓸이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축과 구축을 가리지 않고,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일부 단지는 전 평형이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22일 아실에 따르면 올해 6월1일부터 8월(20일 기준)까지 서울에서 많이 팔린 아파트는 1위는 강동구 고덕동 4932가구 대단지 ‘고덕그라시움’이다. 총 1964가구로 가장 비중이 높은 전용 59㎡와 국민평형인 전용 84㎡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전용 84㎡의 경우 6월 22억원(27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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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강동구 암사동 2938가구 ‘선사현대’다. 2000년 준공단지이나, 꾸준히 거래가 활발한 곳이다. 최근에는 거래가 늘면서 전 평형이 3개월 사이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용 84㎡의 경우 7월 말 16억4000만원(22층)에 팔리면서 직전 거래가격인 13억원(4층)보다 3억원 넘게 상승했다. 전용 59㎡는 6월 한달 사이 24건이 팔렸다. 5월(16건), 4월(4건), 3월(18건) 보다 거래량이 늘었다.
3위는 강동 주요 신축 아파트 중 하나인 3658가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59건), 4위는 1859가구 ‘강동롯데캐슬베네루체’(56건)가 차지했다. 5위인 은평구 2569가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을 제외하면 모두 강동구 대단지다.
이는 올해 상반기(1-6월) 거래 순위와 사뭇 다르다. 상반기에는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229건), 가락동 헬리오시티’(216가구)가 1, 2위를 차지했다. 각각 6864가구, 9510가구로 매머드급 아파트다. 그간 고덕그라시움과 고덕아르테온 등 강동구 신축 아파트의 경우 거래량 상위권에 들었으나, 송파구 주요 단지 거래량을 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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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7 대책과 9호선이 밀어올린 강동구 아파트 거래량
이처럼 거래 순위가 변화한 가장 큰 이유는 6억원 대출 규제책으로 풀이된다. 송파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라서 매매가의 50%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6·27대책 이후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졌다. 송파구 ‘파크리오’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인 3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15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다. 대출 한도가 50%에서 20%로 내려앉은 셈이다.
규제 이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강동구 등 인접지역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풍선효과 나타나고 있다. 현금 15억원으로 30평대 대단지를 매수하려던 수요자라면 송파구 대신 강동구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강동구 상일동역 인근은 평지와 역세권, 대단지, 학군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송파구 잠실역 인근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 대체재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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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연장안(4단계 구간) 개통이 임박한 것도 강동구 아파트 매매량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은 현재 9호선 종착역인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고덕강일1지구까지 약 4.1㎞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길동생태공원역과 고덕역(5호선 환승), 한영외고역, 고덕강일1역 등 강동구 내에만 4개 역이 생긴다. 새 종착역인 고덕강일1역은 ‘고덕그라시움’ 바로 북측에 들어선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강동구는 송파구와 붙은 입지에 재건축이 대거 이뤄지면서 신도시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시세 대비 신축 아파트가 많은 만큼, 강남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역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