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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아닌데 50억?" 그들이 성수동 '낡은 빌라' 사는 이유

    입력 : 2025.08.17 06:00

    [땅집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30초 정도 걸으니 준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빨간 벽돌집이 줄지어 나왔다. 경차 1대가 못 지날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다. 최근 이곳에 전국 현금 부자가 몰리고 있다. 매물 가격이 최소 수십억원이라서 진입 장벽이 높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데도 매물 등장 즉시 거래가 성사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내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다. /강태민 기자

    ◇ 40살 빌라 50억에 팔리는 성수동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내 대지면적 83㎡ 다가구 주택은 27억원에 팔렸다. 3.3㎡당 1억750만원 선이다. 1988년 준공한 2층짜리 주택은 50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대지면적 208 ㎡로, 3.3㎡당 8000만원 선이다.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대출과 전세가 모두 제한된다. 수십억원 현금을 보유한 개인이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성수동1가에서 이뤄진 단독다가구 거래 계약 총 26건이다. 평균 가격이 45억3327만원이다. 최저가가 20억원, 최고가는 무려 95억원이다. 10건은 매매가가 50억원 이상이다.

    1지구의 경우 매물 최저 호가가 40억원으로 강남권 신축 아파트보다 비싸다. 하지만, 거래 가능한 매물이 단 2개에 불과하다. 1지구 조합원 수 1379명인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매물 가뭄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문의 전화가 잇따른다. 현재 남은 매물의 경우 반백살 빌라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바로 억대 계약금을 입금한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설명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A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숲이 생겼을 당시에는 1평(3.3㎡) 당 가격이 3000만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2억원까지 올랐다”며 “성수동에서는 이제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했다. 이어 “제주도부터 부산, 대구, 광주 전국 부자가 성수동 매물을 문의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내 노후주택에서 '트리마제' 아파트를 바라본 모습. /강태민 기자

    ◇ 불경기에도 1군 건설사 총 출동한 이유

    성수동 한강변 재건축 사업지의 경우 노후화가 심했으나, 개발이 지지부진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서울숲과 2011년 갤러리아포레, 2017년 트리마제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에는 한강과 숲을 품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1가에 위치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지도. /편집=최우정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약 53만㎡ 규모 부지에 걸쳐 총 4개 지구로 이뤄졌다. 55개 동, 9428가구(임대 2004가구 포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한남뉴타운이나 흑석뉴타운 등과 달리 평지이고, 남측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게 장점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지구단위계획(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하는 등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1지구다. 서울숲, 지하철역이 가깝고 사업성이 우수해 투자 선호도가 높다. 이로 인해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선별 수주에 나선다고 밝힌 1군 건설사들도 성수1지구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현재 GS건설과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초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트리마제'. 올해 6월 전용 152㎡, 7층 매물이 64억원에 팔렸다. /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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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6억원 제한한 6·27대책 등 규제에도 불구하고, 성수동에서 고가 거래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고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가 열리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 구간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대출 의존도가 낮다”며 “성수동의 경우 앞으로 시공사 선정 등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낼수록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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