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13 14:09 | 수정 : 2025.08.13 14:22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사망사고 4건에 이어 추가 사고까지 낸 포스코이앤씨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엄포를 내리면서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권한으로 건설사의 목숨이랄 수 있는 건설면허를 즉각 취소하는 조치가 정말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기사 : 이 대통령포스코 사망 사고에 "반복된 산재는 미필적 고의 살인"
관련기사 : 이 대통령포스코 사망 사고에 "반복된 산재는 미필적 고의 살인"
건설 면허 취소는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강도 높은 징계다. 새 사업 수주가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맡았던 건설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기업 존폐와 직결돼서다. 현행법상 건설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관할 지방자체단체장에 있다. 건설사가 맡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고의 중대 정도에 따라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가 지자체에 등록 말소를 요청하는 식이다.
대한민국에서 건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지금까지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1994년 동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았던 성수대교가 붕괴하면서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면허를 말소시킨 것.
당시 동아건설산업은 교량 하자보수 기간인 5년을 넘긴 시점에서 사고가 벌어진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부실 시공이 붕괴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건설 면허 취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당시 사고가 외신에 줄줄이 보도되면서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 점도 강력한 제재를 내린 근거로 작용했다.
[반값특가] 내 투자성향 맞춤, 퀀트 분석으로 고수익 경매 추천! 딱 1달만 50%off
이 같은 전례가 있는 만큼 대통령 요청으로 건설사 면허를 취소시키는 행위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과거 동아건설산업의 성수대교 붕괴 사태로 인한 사망 사고와 현재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벌어진 사망 사고 간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건설산업은 부실 시공이라는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탓에 민간인 사망까지 불렀지만,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어떠한 건설사라도 현장 시공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을 만한 사고였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가 낸 사망 사고는 총 4건이다. 1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추락, 4월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붕괴와 대구시 주상복합 추락, 7월 의령 함양울산고속도로 끼임 사고 등이다. 여기에 이달 4일 광명시 옥길동에서 한 외국인 근로자가 지하 18m 부근에서 양수기 펌프를 점검하던 중 감전 피해를 입은 사고까지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년간을 비교한 사상자는 많지 않았다.
국회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고재해자가 가장 많이 나온 건설사는 대우건설(1931명), GS건설(1390명), 현대건설(1239명), 롯데건설(961명), SK에코플랜트(884명), 삼성물산(837명), 현대엔지니어링(676명), DL이앤씨(649명), 포스코이앤씨(567명)순이다. 최근 5년간 사고사망자도 현대건설(17명), 롯데건설(15명), 대우건설(14명), DL이앤씨(13명), 현대엔지니어링(9명), GS건설( 8명), HDC현대산업개발( 8명), SK에코플랜트(7명), 삼성물산( 5명), 포스코이앤씨(5명) 순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물론 건설사가 현장마다 안전 관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근로자를 고의로 사망시키거나 위험 현장에 억지로 근무하게 해 사망하게 만드는 등 의도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권으로 건설 면허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면서 “만약 면허가 취소된다면 포스코이앤씨가 사실상 망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대통령이 국내 10대 건설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듯 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를 엄벌하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러한 산업재해가 반복 안 되도록 징벌 배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건설 면허 취소를 주문하더라도 이 같은 조치가 즉각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이앤씨 측에서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과 취소 소송으로 대응하면 대법원판결까지 최소 7~8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인 고용노동부 측은 언론을 통해 "현행법상 어느 경우에 건설사 면허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지 요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고,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대통령 지시에 따라 건설면허 취소 요건 중 어떤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 정도를 밝혀둔 상태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