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2 14:30 | 수정 : 2025.04.24 09:42
[땅집고] 최근 토양오염정화공사 업체 입찰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13구역’이 참가 업체에 대한 부적격 시비로 인해 재심의를 거쳤다. 이번에는 참가 업체 필수요건을 변경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 "입찰 기준 못 채운 업체가 1순위?" 방배13, 토양공사 업체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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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참여 업체의 부적격 논란이 생겼던 서초구 방배13구역 토양오염정화공사 입찰이 지난 21일 이사회 재심의를 거쳤으나, 평가 기준을 변경해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A업체에 맞게 토양공사 컨소시엄 주계약자 필수 요건 등을 완화했다.

방배13구역은 서초구 방배동 541-2 일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이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최고 22층, 30개동, 2217가구 규모의 ‘방배 포레스트 자이’로 재건축 예정이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까지 걸어서 13분, 2호선 방배역까지 10분 거리의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이주 후 철거 마무리 단계에 있는 방배13구역은 사업지 토지의 토양오염물질(카드뮴·비소·불소·니켈·TPH) 항목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해 서초구청의 토양정화 이행명령, 행정조치에 따라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불소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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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입찰에 총 5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최저 가격 기준으로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 A업체(196억원 투찰), 2순위 B업체(214억2700만원 투찰)로 이사회 심의를 거쳐 대의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A업체 컨소시엄의 반입정화시설 용량이 요건에 맞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조합의 평가 기준에는 컨소시엄의 오염토 반입 가능 용량이 방배13구역 21만7500여톤(12만855㎥)의 150% 수준인 32만6300여톤(18만1283㎥) 이상이어야 한다. 이 중 주계약자는 6만5262톤(3만5257㎥) 이상이어야 한다.
A업체는 충남 서산과 경기 양주에 정화시설을 운영 중인데, 양주는 카드뮴, 비소 등 유해 중금속물질을 처리해 배출하는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산의 시설만으로 오염토 반입 용량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부적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합은 지난 16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토양공사 업체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었다. 1순위 A업체가 평가기준 대부분을 충족하지 못한 부적격 업체라는 문제 제기가 있자 대의원회 하루 전인 15일 조합은 입찰 심사표 등 보완 자료를 발송했다.
대의원들은 업체 자격 논란을 인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이사회에서 재심의하도록 결정했다. 보완 자료를 확인하기도 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대의원들이 있어서 추가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결국 조합은 지난 21일 이사회 다시 열고 토양공사 업체 재심의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1순위 A업체, 2순위 B업체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문제가 됐던 주계약자 필수요건을 변경해 A업체의 부적격 논란을 덮었다. 오염토 반입 관련 필수요건을 기존 150%에서 100%로 줄였다. 주계약자 A업체의 서산 처리장만으로 오염토 용량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조합이 현장 설명회때 배포한 입찰지침서, 부계약자 예비명단 제출서 작성 지침에 따르면, 필수요건은 공고일을 기준으로 충족해야 하는데, 이사회 재심의 과정에서 변경됐다”며 “모든 참가 업체에 공정하게 적용돼야 할 게임의 규칙이 경기 중간에 바뀐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존 평가 기준에 적격한 업체들은 추후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다. 이미 복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자문을 받은 뒤 조합에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총회결의 무효소송 ▲손해배상 청구 ▲입찰방해 형사고소 ▲행정기관 시정명령 청구 등 민·형사적, 행정적 대응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입찰 공고의 지침서상에는 적격심사가 아니라 최저가격입찰 기준이었고, 현장설명회 때 배포한 자료에 오염토 용량의 150%를 반입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라며 “첫번째 이사회 때는 원래 원칙대로 심의했고, 21일에는 평가기준을 통상적인 수준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밝혔다.
만약 토양정화 공사가 소송전에 휩싸이게 된다면 방배13구역 재개발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관련 인허가 관청인 서초구청이 내린 토양정화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착공 신고 등 사업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방배13구역은 이주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이자 등 금융비용이 매달 20억원 이상 발생해 가처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면 조합원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