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0 06:00
[땅집고] 부산 재건축 최대어라 불리는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정비사업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99층 초고층 랜드마크 건설 계획도 무산됐다. 매년 재건축 설계안만 손바닥 뒤집듯 계속 바뀌면서 조합원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60층에서 99층, 다시 59층으로 계획만 매번 바뀌니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며 “재건축은 사업 속도를 빨리 내는 게 관건인데 진작 일반분양 했어야 할 단지가 사업 속도가 더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최근 개최한 남천2구역 재건축조합(삼익비치) 정기총회에서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진행의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획득하지 못해 부결됐다. 삼익비치는 지난해 10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지을 경우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특별건축구역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지하 4층~지상 99층 6개동 3700가구로 특별건축구역 계획안을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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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비치아파트는 1979년 준공한 부산 대표 재건축 단지다. 부산판 은마아파트로도 불린다. 현재는 지상 12층, 33개동, 총 3060가구 규모다. 초기 재건축안은 지상 60층, 3325가구 규모였다. 202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 계획안은 일반분양 물량이 너무 적고 조합원 일부 세대 바다 조망이 제한된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후 부산시가 삼익비치 일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한때 지상 99층, 3700가구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해운대 엘시티를 능가할 부산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기존 계획 대비 약 600가구가 추가돼 공사비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용면적 84㎡ 기준 분담금은 9억원으로 기존안보다 1억원 이상 늘었다.
결국 조합이 다시 꺼내든 설계 변경안에 따르면 최고 층수는 59층, 가구 수는 기존과 같은 3060가구로 축소됐다. 결국 돌고 돌아 1:1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 1:1 재건축은 사싱살 일반분양 없는 사업 방식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 확대에 따른 분담금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재건축 사업일수록 초기 계획 수립과 행정 협의가 중요하다”며 “조합 내 의사결정이 번복되고 방향만 자주 바뀌면 조합원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