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07 16:26
[땅집고] 부산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이 99층 아파트를 포기했다.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라 용적률 상향·99층 초고층 랜드마크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분담금 등으로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 조합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 99층의 꿈 무너졌다
업계에 따르면 남천2구역 재건축 조합이 지난 5일 개최한 정기총회 안건으로 오른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지정 추진안'(6개 동, 총 3700가구)은 조합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조합은 1안인 에이엔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60층 건축안(12개 동, 총 3225가구)을 가지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특별건축구역 설계안을 할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오히려 1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무리해서 99층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조합원이 많다는 말이다.

■ 용적률 찔끔 올리고, 분담금 1억 더 내는 99층
당초 조합과 조합원은2안으로 할 경우 용적률이 최대 300%에서 360%로 늘어나 일반분양 물량이 약 600가구 증가하는 만큼, 분담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분담금이 1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 단지의 경우 정비법에 따라 최대 320%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업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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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99층 재건축 시 전용면적 84㎡(약 34평)가구의 추정 분담금이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층 아파트를 지을 때 분담금인 8억원보다 1억원 높다. 99층의 경우 일반 초고층 건물보다 공사비용이 많이 든다.
늘어나는 공사기간도 부결을 이끈 배경 중 하나다. 99층은 50층 이상 초고층건물보다 공사기간이 배로 길어진다. 삼익비치의 경우 99층으로 할 경우 공사기간이 20개월 이상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66층 빠르게 짓자’, ‘분담금 더 늘까 걱정’
업계에서는 삼익비치 조합원들이 ‘불확실성보다 속도전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익비치 아파트 입주민 김모씨는 “다른 재건축 단지를 보면 입주 직전까지 분담금이 계속 늘어나더라”라며 “현재 분담금이 9억9000만원이면 우리는 10억원 넘게 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간이 짧은 66층을 택했다”고 했다.
다른 입주민 A씨 역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99층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분담금이 더 늘어났다”며 “무리해서 99층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이 단지 가격은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삼익비치’ 전용 115㎡의 경우 이달 초 14억1700만원(4층)에 팔린 후 13억8500만원(10층)에 손바뀜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