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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억 미수금에 입주도 못해?" 제주 국제학교 앞 한화 유령아파트

입력 : 2025.04.08 18:31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한화건설)이 공사비 미회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주처의 지급 여력이 부족한 탓에 공사비 확보를 위해 대출을 늘리는 처지에 놓였다. 일부 사업은 공사비 회수 소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미수금 회수가 장기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선보인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 아파트 입구. 이 단지는 당초 올해 1월 말 입주 예정이었으나,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 한화 건설, 제주 아파트 때문에 대출 더 받았다

이 회사 근황을 잘 드러내는 현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제주 대정 공통주택)’다. 지하 1층~지상 5층, 29개 동, 전용면적 84~210㎡ 총 503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저조한 분양률로 중도금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시행사와 분쟁으로 인해 입주가 무기한 미뤄졌다.

☞ 관련 기사 : [단독] '분양률 15%'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 입주 무기한 연기

한화 건설은 최근 이 사업과 관련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제이와이제이제이차(SPC)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해 1673억원을 글로리대정제일차(SPC)에 대출했다. ABCP 만기일은 2026년 3월24일이다. 한화건설은 자금보충 및 미이행시 채무인수 의무를 진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추가 자금 조달이 아닌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선보인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 단지 완공 후 예상 모습. /한화 건설부문

■ 저조햔 분양률, 중도금 불가·공사비 회수 불발로 이어졌다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제주 국제학교 수요자를 대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5%라는 저조한 분양률을 기록해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통상적인 중도금 대출 실행 기준은 분양률 50%다.

저조한 분양률로 인해 공사비 회수도 어려운 처지다. 통상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거둬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는데, 이 곳은 분양률이 낮아 시행사가 공사비를 줄 돈을 제 때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부담한 뒤 소송을 통해 시행사 ‘하이펙스’로부터 공사비를 받아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현장 공사비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가 사실상 분양 활동을 완전히 멈춰서 시공사가 시행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공사비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며 “소송이 불가피하나, 결론까지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는 시공사와 시행사 간 갈등으로 여태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 준공 후 입주 예정이었으나, 입주도 무기한 미뤄졌다. 입주예정자 A씨는 “시행사가 지자체에 준공 신청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사실이 아니었다”며 “아직도 입주일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 미수금 규모. /김서경 기자

■ 한화 미수금 9469억원→1조1338억원, 1년새 20% 증가

‘한화포레나 제주에듀시티’는 한화의 국내 최대 미수금 규모 현장이다. 한화는 시행사 하이펙스로부터 2022년 11월 최초 계약금액 2520억원 중 공사비 상승분 등을 포함해 총 2606억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공사비 전액이 미수금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 사업장’으로 인해 한화의 공사미수금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 공사미수금(별도)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1조1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9469억원 대비 19.7% 증가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미수금은 공정률과 분양률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낮은 분양률에서 기인한 미수금의 경우 미분양 담보대출과 시행사 협의를 통해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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