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06 15:59 | 수정 : 2025.03.06 18:05

[땅집고] 과거 경기 의왕시로부터 백운밸리 일대 아파트 2500여가구를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해 44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효성그룹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효성그룹이 과거 수의계약 구조를 활용해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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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주 이상운(73) 효성그룹 부회장을 소환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효성그룹 2인자이자, 사건 당시 최고 운영 책임자로 지목됐다.
백운밸리는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서 개발하는 미니 신도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4080가구와 의료시설·호텔·비즈니스센터 등을 함께 짓는 지식문화복합도시를 목표로 계획됐다. 총 사업비 2조198억원으로 의왕시 역대 최대 규모 도시개발사업인데, 2012년 김성제 의왕시장이 도시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민관합동 PF사업으로 추진했다.
백운밸리 사업 시행사는 의왕도시공사가 지분 49%를 가진 의왕백운PFV다. 의왕백운PFV는 2015년 9월 백운밸리 아파트 2480가구 시공사로 효성을 선정했다. 공사비 4400억원대 규모 계약이었는데, 당시 효성 측이 공개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공사를 수주해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낸 효성이 시공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3.3(1평)당 공사비로 377만원을 책정했는데, 이른바 ‘10대 건설사’로 통하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택지지구에서 360만원, GS건설이 350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보다 효성이 최대 7% 정도 높은 공사비를 챙겼다는 것.
이처럼 높은 공사비 책정이 가능했던 것은 효성그룹이 시공권을 수주할 당시 관련 문서를 조작해 시공비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관련 검찰 조서에 따르면 2014년 효성은 대전 문지지구에서 평당 325만원에 아파트 공사를 수주했지만, 2015년 의왕백운PFV 측에 공사비를 제시할 때는 이 평당가를 325만원에서 343만원으로 변조한 뒤, 이 금액에 물가상승률 3%와 발코니 확장공사비 25만원을 추가한 금액이 필요하다며 평당 377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경찰 조사와 관련해 효성그룹은 “당시 어느 회사도 이 사업을 맡으려 하지 않았던 상황이라 공개경쟁은 아니어도 수의계약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공사 계약을 맺고 3개월 후 시행사 지분 2%를 취득한 만큼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졌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소환 일정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상훈 부회장은 1976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뒤 1999년부터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을 보좌하면서 17년 동안 효성의 2인자로 자리를 지켰다. 2002년 효성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제 15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도 지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