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31 07:30
[땅집고] 공사비 600억원 연체와 전 조합장 잠적 논란이 있던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트리지아’(☞단지정보 알아보기)가 법인도장(직인) 쟁탈전으로 또 한 번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해임 조합장이 직인을 들고 잠적했다는 논란에 이어, 현재 조합 역할을 하고 있는 평촌트리지아 빠른조합청산위원회(이하 청산위)가 직인을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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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우상재 전 조합장 측은 땅집고에 “청산위에서 최근 우 전 조합장 차량을 무단으로 열고, 도장 등 중요 서류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난 14일 조합 총회를 통해 해임된 우 전 조합장이 조합 직인, 통장, 법인카드 등을 가지고 잠적했다는 논란 발생한 지 10여 일만이다.
우 전 조합장 측은 “차량 문을 불법으로 개방한 점을 문제 삼아 CCTV 확보 후 수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청산위 측은 도장 확보 이후에도 우 전 조합장이 인수인계 절차에는 여전히 나서지 않아 업무 절차가 원활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이 사태를 두고 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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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조합장 “잠적ㆍ미납이자ㆍ손실금 다 거짓말…입주 지연도 조합 탓 아냐” 해명
현재 양측은 과거 잠적이나 미납이자, 손실금 등 세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우 전 조합장은 “잠적 논란 자체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적법한 직무대행자가 있으면 인수인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임총회에 대해 법정에서 다툴 예정인 것과는 별개로 조합 사무가 정지되는 것은 원치 않기에 인수인계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현 조합에서 내세우는 이사는 적법한 직무대행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수인계할 수 없다”고 했다.
청산위가 주장한 공사비 미납 이자 100억원과 하루 이자 1700만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 전 조합장은 “지난 10일 기준 도급비 잔금은 596억원으로, 전 조합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입주잔금은 81억원, 상가잔금은 18억원”이라면서 “조합 통장에는 17억원이 있기 때문에 이자가 발생하는 금액은 480억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급비 이자를 7.09%로 계산하면 932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어 “기존 조합 문제로 손실 금액이 100억원에 달한다는 청산위 측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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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조합에서 임대세대 계약을 임의 해제했고, 조합 자산을 처분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 전 조합장은 “지난 9월 총회 의결 사항”이라면서 “조합장의 임의 해제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나 보류지 등 자산 처분을 위한 대의원회 위임에 나서려고 했으나, 청산위의 대의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으로 인해 빠른 자산 처분을 방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 전 조합장은 입주 지연 문제는 시공사의 준공이 늦어진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조합장은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변경심의를 받아야 준공할 수 있는데, 일부 단지의 주차장 오시공 문제로 심의서류가 지연됐다”며 “전 조합 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산위 “잠적ㆍ인수인계 비협조 모두 사실…손해 100억뿐 아냐”…갈등 진행중
청산위에서는 전 조합장과 정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우 전 조합장이 실제로 잠적했고, 인수인계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이다. 양측에 따르면 우 전 조합장은 최연장자인 A이사에게 인수인계를 바라는 반면, 청산위는 그 다음 연장자인 B이사에게 인수인계를 요구하고 있다. 청산위 관계자는 “A이사는 과거 사임 의사를 밝혔고 우 전 조합장이 사임서에도 이미 날인을 했기 때문에 우 전 조합장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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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공사비 미납 이자와 손실금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청산위 관계자는 “도급비 연체이자 발생 시작일은 10월 18일부터인데, 입주지연부터 시작해서 발생한 손실을 따지면 100억원뿐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공단(현대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10월 18일부터 약 두 달 동안 발생할 연체이자는 약 8억 2000만원”이라고 했다. 두 달을 단순 계산해보면 하루 이자는 1367만원 꼴이다.
청산위 측은 조합 자산 처분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바로 했다. 청산위 관계자는 “전 조합이 자산 처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처분을 안 하고 여태껏 뭐했나’라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주 지연에 대해서는 청산위와 시공단 모두 “조합 때문이 맞다”며 반발한다. 교평 심의 신청은 조합이 하는 일이고, 당시 조합장이 공석이라 입주가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내분이 격화하면서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평촌트리지아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929번지 일대 약 10만8000㎡에 있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5층~지상 34층, 22개 동 일반분양 913가구 등 2417가구로 되바뀜했다. 공사비 미납 등 문제로 인해 당초 입주예정일이 지난 8월1일에서 약 20일 밀렸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