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20 13:30
[땅집고]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트리지아 아파트’(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가 입주 5개월 차에 겨우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시공단과 추가 공사비 미납으로 갈등을 키우며 2주가량 입주를 지연시켰던 기존 조합 집행부가 전원 해임됐다. 기존 조합 체제 당시 생긴 문제로 하루 이자만 1700만원에 달해 손실 금액이 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해임 과정에서 전 조합장이 법인도장을 가지고 잠적해 조합 행정이 멈춰선만큼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법인도장이 없으면 준공승인 신청이나 각종 분담금 사업비 처리 등에 나설 수 없어 행정에 마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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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98.9% “집행부 해임해야”…전 조합장 법인도장 들고 잠적 논란
17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평촌트리지아 빠른조합청산위원회(청산위)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조합 총회에서 조합원 98.9%가 우 모 조합장과 집행부 해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해임 총회에는 조합원 659명이 참석, 찬성 652표, 반대 2표, 기권 5표가 나왔다. 해임 임원들과 우 전 조합장은 조합 사무권이 박탈돼 조합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우 전 조합장이 해임 직후 조합 직인, 통장, 법인카드 등을 가지고 잠적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청산위는 “해당 행위는 엄연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조합의 자금을 임의로 집행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전 조합장에 경고했다. 현 조합은 전 조합장 잠적 당일 도난 신고에 나섰으며, 인수인계를 안 해서 발생한 손해는 전 조합장한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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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합은 직인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전 협의에 나서고 있다. 김연석 청산위원장은 “시공사 공사비 만기일이 사실 이달 18일이었는데 협의를 통해 다행히 유예 약속을 받았다”며 “전 조합장이 직인을 들고 잠적하면서 행정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지만, 공문 발송이나 기간 유예나 금액 협의 등 산적한 협의 사안을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전 조합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하루 이자만 1700만원으로, 조합원들은 4개월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하루 빨리 밀린 도급비를 상환하고, 이르면 2026년 초쯤 청산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화해도 손실액 100억, 추가분담금 1300만원은 나온다
평촌트리지아는 전 조합장 체제일 당시, 추가 공사비 미납 문제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ㆍSK에코플랜트ㆍ코오롱글로벌)과 크게 갈등을 빚었다. 시공단에 따르면 남은 도급공사비 잔금은 600억원 수준이다. 연체이자는 지난 10월19일부터 연 7.1%씩 늘고 있다. 현재 하루 이자만 1700만원에 달한다.
청산위 관계자는 “공사비 만기일을 두 달 앞두고 전 조합장이 시공사에 공사비를 갚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공문을 보내며 본격적으로 관계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상가나 보류지 등 조합이 자산 처분을 하지 않고, 임대세대 매각 업체와의 계약을 임의로 해제하면서 시공단이 회수해야 하는 비용이 600억원까지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회수 지연으로 매월 지연이자 수억원이 부과되는데도 조합 측이 공사비 지급 계획을 제시않고 공사비 지급을 거부하면서 시공단 측도 법정 분쟁까지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다 최근 조합장이 해임되면서 시공단에서도 새 조합과는 원만한 협의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공단 측은 “여전히 추가 공사비 미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나, 조합에서 기존 집행부를 해임한만큼 직무대행 체제 조합과 협의해 나겠다”고 밝혔다.
자산 매각과 기존 임대가구 매각 계약을 정상화할 경우에도 손실 금액은 1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가구당 추가분담금은 1300만원 정도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주일이 8월1일에서 20일 가량 미뤄진 점이 부담을 키웠다.
평촌트리지아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929번지 일대 약 10만8000㎡에 있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5층~지상 34층, 22개 동 일반분양 913가구 등 2417가구로 되바뀜했다. 논란 속 집값은 우상향 중이다. 이 단지는 부동산 폭등기인 2021년7월 진행한 1순위 모집에 평균 14.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