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18 07:30
[땅집고] “음식은 무조건 맛입니다. 아무리 유명 셰프가 운영해도 맛없는 식당은 문을 닫아요. 고령자 영양식도 마찬가지죠. 저희는 최고의 맛을 위해 아메리카노와 주스, 식혜 등 온갖 음료에 하이밀크를 타 먹었어요. 어르신이 집에서 어떻게 드실지 모르니까요.”(한동령 일동후디스 생애주기영양센터장)
맛으로 승부를 가르는 것은 ‘흑백요리사’만이 아니다. 식품 기업 역시 맛을 최우선 항목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맛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고령자 식품 시장이다. 한때는 ‘이유식이나 고령자 식품은 맛보다 영양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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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식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6월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유형과 기준, 규격 등을 신설했다. 2년 뒤에는 국내 최초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이 등장했다. 일동후디스의 ‘하이밀크’이다. 10월 초, 서울 광진구 강변역 인근 일동후디스 본사에서 제품 탄생 이야기를 들었다.
■ 영양식도 음식, 1순위는 맛…끝없이 ‘맛’보는 센터
제품을 개발한 곳은 일동후디스 생애주기영양센터다. 이곳에는 식품영양학 석사로 구성된 5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주 업무는 제품 성분을 설계하는 것이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관련 논문을 보거나 업계 세미나에 참여해 최신 정보를 얻는 것도 센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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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찾기’도 대표 업무 중 하나다. 주스와 커피, 식혜 등 다양한 음료에 하이밀크를 접목시키면서 대중적인 맛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르신이 집에서 편하게 하이밀크를 섭취하다보면 우유나 물 외 다른 액체와 함께 먹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다.
생애주기영양센터장인 한동령 이사는 “아메리카노에 하이밀크를 첨가하면 라떼 같은 느낌이 난다”며 “최악의 조합은 주스였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하이밀크를 활용한 빵이나 떡도 볼 수 있다. 김보라 생애주기영양센터 선임은 “고령자용 영양식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기 위해 떡, 빵 외에도 각종 시도를 하고 있다”며 “먼 미래에는 하이밀크를 활용한 완성 식품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무인도에 이것만 가져가도 산다”…시니어 영양식의 뭐길래?
현재 하이밀크는 ▲고칼슘 ▲초유 ▲시니어 ▲산양 균형영양식 총 4종이 있다. 우유와 곡물맛 중 고를 수 있다. 하이밀크는 국내 주요 단백질 브랜드로 자리잡은 ‘하이뮨’처럼 산양유를 토대로 하고, 일반 식사를 통해 충분히 얻기 어려운 프락토올리고당을 함유하고 있다. 프락토올리고당은 유산균의 먹이로, 많이 섭취할수록 장을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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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뮨이 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제품이라면, 하이밀크는 식사 대용 제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일동후디스 측의 설명이다. 하이밀크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어르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균형있게 함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자용 식품인 만큼, ‘하이밀크’만 먹고도 살 수 있을까. 한 이사의 대답은 ‘가능하다’였다. 시니어 라인은 제품 섭취만으로 65세 이상 성인 남성 영양소 적정 섭취량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고칼슘과 초유, 산양 균형영양식은 20~50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설계됐다.
한 이사는 “무인도에 ‘하이밀크’를 가져가더라도 결코 영양 섭취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생아가 6개월까지 모유·분유만 먹고 성장하듯, 하이밀크는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섭취 가능한 고영양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 분유를 개발할 때 뉴질랜드 제조처에서 ‘성분을 계속 넣다가는 캔이 터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하이밀크에도 좋은 성분을 담기 위해 욕심을 냈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생애주기영양센터장 맡고 있다. 땅집고가 10월 22일 개강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개발 및 운영 전략’에서 핵심 비즈니스 확장을 통한 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해 강의한다.
■ 폭망 분유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 시니어 시장 정조준
‘산양분유’로 성장한 일동후디스는 분유 대신 고령자용 고영양식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심화한 영향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2018년 약 4300억원 수준이던 분양 시장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2800억원대로 35% 하락했다.
반면 고령자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간편하게 먹는 식품일수록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진행한 ‘고령친화산업제조·서비스업 실태조사’에 따르면2019년부터 2022년까지 빵류(5336억원→7017억원), 두유류(547억원→938억원) 시장규모는 각각 31%, 71% 성장했다.
고꾸라지는 출산율로 인해 속수무책 상황이던 일동후디스 매출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단백질 수요가 커지면서 한 순간에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세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000억원을 밑돌던 이 회사 매출은 2021년 2000억원을 넘긴 뒤, 이듬해인 2022년에는 2896억원까지 올랐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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