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20 07:30
[땅집고] “서부선 없이 고양은평선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위례신사선도 그렇고 서울시는 진행하는 철도 사업이 없네요.”
16년째 추진 중인 서울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 참여한 GS건설이 컨소시엄 탈퇴를 통보하면서 개통 지연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 서북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부선과 직결 운행되기로 한 고양은평선의 경우 여의도까지 이어질 중간 구간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특히 고양시 주민들이 좌절과 분노에 휩싸였다.
■ 서부선 지연에…허리 뚝 잘릴 위기 놓인 ‘고양은평선’
서부선 경전철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에서 여의도를 거쳐 서울대입구역까지 16.2㎞ 구간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다.
현재 2031년 개통할 예정인 고양은평선(15㎞)과 연결돼 고양시 주민들까지 기대감을 가졌던 철도 사업이다. 고양은평선은 경기 고양시 고양시청에서 출발해 화정, 창릉을 거쳐 새절역까지 개통하며 서부선과 직결될 예정이었다.
두 노선이 개통하면 고양 덕양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대중교통을 갈아타지 않고 30여분 정도면 이동 가능해진다.
하지만 서부선 경전철 민간 투자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해온 GS건설은 최근 컨소시엄에 탈퇴 의사를 통보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대표사인 두산건설을 비롯해 GS건설·롯데건설·계룡건설 등이 참여했으며 GS건설의 지분이 17%를 차지한다.
GS건설은 2021년 수주 당시와 비교해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라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컨소시엄에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고양시 주민들은 지난해 강남에서 용산을 거쳐 고양 삼송까지 이어지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된 데 이어 또다른 주요 철도 노선인 서부선 경전철까지 좌절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경전철도 놔줄 예산이 없는 것이냐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고양 시민의 입장에선 하반기 개통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도 당분간 서울역까지만 운행돼 반쪽짜리 철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남 삼성역까지 연결되는 것이 핵심인 노선이지만, 삼성역과 연계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 지연에 따라 삼성역 개통이 2028년으로 늦춰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양시 대규모 개발사업인 CJ라이브시티, 대곡역세권 사업 마저도 멈추면서 인프라 개선에 대한 기대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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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게시판에 올라온 한 민원 글에는 “2023년에 착공을 한다더니 올해에도 착공이 안 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서부권 주민들 철도 놔줄 돈도 없나”, “희망고문이 너무 힘들다”며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서대문2)은 지난달 30일 수도권 역차별을 하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개선촉구 건의안을 제출했다. 문 시의원은 “서울시는 교통 소외지역 해소를 위해 다양한 철도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번번이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과 철도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을 잇는 ‘강북횡단선’, 그리고 서울 서남부지역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한 ‘목동선’까지 경제성을 이유로 줄줄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살펴보면, 평가 지표에서부터 경제성(최대 70%)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장기간 교통 인프라 없이 조성된 지역별 특성상 드러난 수요보다 강력한 잠재적 수요가 높지만 이를 반영할 지표 역시 부재한 상황이라고 했다.
■ 고양시 개발 사업, 번번이 좌절…“서울 집값 쏠림 심화할 것”
고양시 집값은 올 상반기 서울 등 핵심지 집값이 폭등한 것과는 달리 정체된 양상이다.
단지 앞에 고양은평선 신설역이 생길 것으로 주목받았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샘터2단지 59㎡는 올초 신설역이 확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집값이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1월 4억200만원에 거래돼 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 8월30일 3억58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맞은편 햇빛마을23단지 아파트 역시 올초 3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7월까지도 실거래가가 3억6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줄 철도 사업이 하나 둘 좌초해 서울 집중 현상 및 수도권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전철 등은 수도권 서부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곳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주민의 편의와 직결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으로 집값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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