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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철강회사 내쫓고 아파트만 남은 부산 "'노인과 바다' 될 만해"

    입력 : 2024.07.05 14:29

    [땅집고]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에 1966년 자리잡은 뒤 올해로 60년째인 지역 향토 철강기업 YK스틸 공장 모습. /연합뉴스

    [땅집고] “고작 아파트 때려짓자고 수천억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내쫓다니… 부산이 망해가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네요.”

    우리나라 제 2 대도시로 꼽히는데도 최근 청년 인구와 일자리가 동반 감소하면서 ‘노인과 바다’라는 오명을 얻은 부산시. 최근 부산시의 황당 행정과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기심 때문에 7000억원에 달하는 경제 가치를 창출하던 향토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논문은 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0.490으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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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에 1966년 공장 터를 잡고 국내 5위 철강회사로 성장한 YK스틸. /YK스틸 홈페이지

    터전을 잃게 된 기업은 1966년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에 공장 터를 잡은지 올해로 약 60년 된 ‘YK스틸’(옛 한보철강 부산제강소)이다. 국내 5위 철강회사로 연간 철강 생산량만 118만톤에 달하며, 2022년 매출액 8270억원을 기록했다. 이 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40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협력업체가 100곳 정도 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시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기업이란 인식이 컸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공장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YK스틸의 기업 활동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YK스틸 공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과 50m 거리에 있는 땅 22만3665㎡(약 6만8000평)를 구평동택지개발지구로 조성하고, 이 곳에 아파트 3000여가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다.

    [땅집고]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에 1966년 입주한 철강회사 YK스틸 인근으로 2010년대 후반 들어 새아파트 수천가구가 입주하기 시작했다. /YK스틸

    대규모 아파트 개발 계획을 접한 YK스틸 측은 강력 반발에 나섰다. 철강 공정 과정에서 분진·소음 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회사 운영에 제동이 걸릴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구평동 일대가 그동안 공장 위주로 활용되던 지역인 만큼 교통·학교·문화시설 등이 부족해 주거지로 개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당시 YK스틸 사측와 노측 모두 집회를 열고 "YK스틸은 지역경제와 철강산업을 이끌어 온 향토기업인 동시에 우리 노조원들과 협력회사의 생계가 걸린 삶의 터전"이라며 "철강공장 바로 옆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향후 집단 민원으로 공장 운영이 어려워지고, 직원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땅집고] 2014년 YK스틸 노동조합원 100여명이 부산시청 광장에 보여 본사 공장 인근에 아파트 건립을 제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14년 LH가 요청한 구평동택지개발지구 변경 계획을 부산시가 승인하면서 아파트 개발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재 YK스틸 공장 반경 약 700m 안에 ‘사하e편한세상’, ‘사하구평지구 중흥S클래스’ 등 아파트 6개 단지, 총 3700여가구가 입주해있는 상황이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이 아파트 주민들은 YK스틸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악취 등 피해가 너무 심하다는 집단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심하게는 한 해동안 민원이 300건에 달하는 해도 있었을 정도다. 수 년 동안 이어진 ‘민원 폭탄’에 부산시가 YK스틸 측에 공장 이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에 1966년 자리잡은 YK스틸 공장 및 원료장과 인근에 총 3000여가구 규모 아파트 밀집지로 개발한 구평동택지개발지구 위치. /이지은 기자 연합뉴스

    결국 민원을 견디지 못한 YK스틸은 서해바다를 낀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 일대로 공장을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2019년 말 LH로부터 석문면 토지 및 건물 15만7296㎡를 391억원에 취득한 뒤, 2020년 당진시와 3000억원 규모 투자유치 협약까지 체결했다. 2024년 12월까지 부산시 사하구에 있던 본사와 공장을 모두 이전하고, 신규 직원 중 30% 이상을 당진시 거주자로 뽑는 지역인재 전형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당진시는 앞으로 YK스틸 공장이 자리잡으면 지역 생산액이 7045억원 증가하고, 75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협력업체 중 20~30%가 당진시로 함께 이전할 계획인 것까지 고려하면 YK스틸을 안게 된 당진시 경제가 크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부산시 일자리와 지역 경제 가치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당초 올해 말까지 당진시로 이전하려던 YK스틸의 일정이 다소 연기되긴 했지만, 부산을 떠날 것이란 계획은 이미 확정됐다.

    [땅집고] 부산에 있던 본사 및 공장을 당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YK스틸이 당진시와 3000억원 규모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인재 채용을 약속했다. /당진시

    본격 이전을 앞두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사건이 재조명되자 부산시 행정 능력을 비롯해 YK스틸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공장 이전 과정에서 특정 단지 입주민들이 ‘YK스틸 이전 및 미래발전위원회’를 꾸리고, 그동안 YK스틸이 주민들에게 준 피해를 고려해 당진으로 옮기기 전 복합 커뮤니티 센터, 도서관 등 시설을 만들어서 기부하는 주민 복지사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대체 공장부지를 마련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입주민 민원을 이유로 들며 기업에 이전을 권유했다면, YK스틸이 아파트보다 먼저 지역에 자리잡고 있던 점을 고려해 이전 부지를 제안하는 것이 민원을 해결하고 부산시 경제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도시인 부산도 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인데 아파트만 무지하게 짓고 일자리는 없애다니, 부산이 인구소멸지역으로 편입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같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YK스틸을 지키는 것이 부산시 경제를 살리는 데 더 도움이 될텐데 너무 안타깝다”, “일자리 늘어난 당진시만 신났다”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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