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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터진다던 3기신도시 땅 입찰 0명…PF 위기에 건설사 등 돌려

    입력 : 2024.01.10 10:56 | 수정 : 2024.01.10 10:57

    [땅집고] 수도권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모습. /조선DB

    [땅집고]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 3기 신도시에 공급한 공공택지를 사겠다는 건설사가 없어 매각 공고가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과거에는 건설사마다 신도시 공공택지를 낙찰받으려고 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들어 이른바 ‘벌떼 입찰’을 감행할 정도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불황에 빠지자 건설사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으면서 공공택지 인기도 뚝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3기 신도시 완성 시기가 정부가 공언한 목표보다 수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건설사가 LH로부터 각 지구별 땅을 낙찰받은 뒤 주택을 공급하고 인프라를 조성해 줘야 신도시가 비로소 구색을 갖출 수 있는데, 이런 개발 사이클이 단절되면 도시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에 아파트 짓겠다는 건설사 없어

    [땅집고] 수도권 3기 신도시 지구 5곳 위치. /조선DB

    3기 신도시는 과가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계획한 공공주택지구다. 크게 5개 지구로 나뉜다. 남양주 왕숙·왕숙2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 등이다.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서울과 직선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데다, 정부가 각 지구마다 서울과 직결하는 지하철 등 교통망을 신설해 주겠다고 밝힌 터라 일반적인 신도시와 비교하면 3기 신도시 조성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3기 신도시 개발 속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각 지구별로 LH가 직접 개발하는 토지와, 매각 공고를 통해 민간이 해당 부지를 낙찰받은 뒤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토지로 나뉘는데 불경기로 시행사·건설사 등 부동산 개발회사마다 돈줄이 막힌 탓에 시장에 내놓은 알짜 부지들이 도무지 팔리지 않고 있어서다.

    [땅집고] 최근 LH가 매각 공고를 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된 3기 신도시 지구별 부지 목록. /이지은 기자

    예를 들어 고양 창릉지구에선 LH가 지난해 11월 공동주택용지 C1블록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는데 입찰한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어 매각 공고가 유찰됐다. 이어 12월에도 재차 청약을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땅은 4만1488㎡로 아파트 총 593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다. 공급가격은 2479억원 정도로 3.3㎡(1평)당 1975만원 수준이었다.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 중에서도 서울과 가까운 편이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고양선 신설 계획을 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알짜 부지라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땅을 사겠다는 기업을 못 찾은 것이다.

    ☞관련 기사: [단독] 고양 창릉신도시 택지 2번 연속 청약 신청 '0'…3기 신도시 또 미뤄지나

    서울과 지하철 3호선 연장선으로 직결될 예정인 하남 교산지구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다. LH가 지난해 11월 주상복합6블록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이 땅은 1만36762㎡ 규모로 매각가 1458억원 정도다. 이 밖에 남양주 왕숙2지구 내 아파트 671가구를 지을 수 있는 3만8865㎡ 공동주택용지 B6블록 역시 지난해 10월 공고에서 2030억원에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부동산 불황엔 ‘벌떼 입찰’ 없을 수밖에…3기 신도시 지연 불가피할 듯

    /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부동산 경기 불황과 PF 위기로 인한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 때만 해도 LH가 전국 각지에 공급한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뒤, 이 땅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택 상품이나 상가를 지어 분양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공공택지는 민간택지와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인허가 지연 등 리스크도 비교적 적어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마다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여러 번 입찰하는 효과를 내 낙찰 확률을 높이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지금은 기업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자금 경색으로 공공택지를 사들일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이 충분한 기업이 아닌 이상 LH 공공택지 입찰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셈이다. 실제로 10년여 전 부동산 경기가 지금처럼 가라앉았던 때 LH가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인천 검단 등에 공급했던 공공택지들도 주인을 못 찾으면서 개발이 줄줄이 밀렸다.

    업계에선 과거 사례로 미루어 보아 3기 신도시 역시 개발 속도가 계획 대비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주택 270만가구 공급 중 3분의 1인 88만가구 정도가 3기 신도시 공공택지 물량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기업이 공공택지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하더라도 계약금을 돌려주는 ‘토지 리턴제’나 최대 5년 이내 무이자 할부 판매, 공급가 조정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부지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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