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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까지 딱 '세 달'…세계 목조주택 시장 장악한 에스토니아의 비결

    입력 : 2023.11.01 07:00

    [목조주택 천국 에스토니아를 가다] (하)국민 70% 목조주택 거주…제작부터 입주까지 ‘세 달’

    [땅집고] 에스토니아에서 고가의 목조주택에 살고 있는 칼 한스 아락 씨. 에스토니아에서는 실거주용 뿐 아니라 최근 세컨하우스나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강태민 기자

    에스토니아 IT 기업에 다니는 칼 한스 아락(59) 씨는 60평짜리 목조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더하면 8억5000만원이 넘는다. 수요자 맞춤형 설계라 설계·건축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 집은 프리패브(Prefab) 공법으로 지은 집이다. 공장에서 벽체를 시공했고 현장에서 벽체를 조립한 주택이다. 탈린 시내와 가까워 땅값이 비교적 비쌌고, 고가의 내장재로 인테리어 해 비용 부담이 컸지만 만족도는 높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최근 고가 목조주택 건축 붐이 불고 있다. 칼 한스 아락 씨는 “북유럽식 목조 주택을 짓고 사는 게 꿈인데 드디어 이뤘다”며 “에스토니아 사람들에게 나무는 우리의 ‘유산’과 다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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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10명 중 7명 목조주택 거주

    에스토니아 목조주택협회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국민 70%가 목조주택·목조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통상 10평~15평 짜리 주택을 지으려면 건축 비용은 5만 유로(7120만원)에서 8만 유로(1억1400만원) 선이다. 각종 세금을 포함해도 1억원 안팎이다.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의 나무는 목조 건축 자재로서 최고로 꼽힌다. 나무는 천천히 성장할수록 수분 함량이 적다. 북유럽 목재는 함수율(含水率)이 낮다는 의미다. 이처럼 혹한에서 자라는 나무는 강도가 강하고 가공하기도 좋아 목조 주택에 사용하기에 가장 좋다. 반면, 동남아에서 자라는 나무는 수분 함수율이 높아 건축용으로 쓸 수가 없다. 에스토니아가 목조주택 수출 1위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품질 좋은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땅집고] 에스토니아에서는 목조주택 거주율이 81%에 달한다. 에스토니아에 있는 한 목조주택 집 내부./강태민 기자

    ■단열 뛰어나고 친환경…화재 위험도 더 낮아

    에스토니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목조 건축업계는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무를 가로와 세로로 교차하는 집성판 형태인 CLT(Cross-Laminated Timber) 공법으로 짓는다. 붕괴 위험이 낮을 뿐더러 철근 콘크리트 건물과 비교해 화재 위험도 더 낮다. 불이 붙긴 해도 빨리 타지 않고, 까맣게 탄 부분에 탄화층이 형성되면서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안쪽은 더욱 천천히 타들어 간다. 애니카 목조주택협회장은 “불이 났을 때 목구조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보다 위험하다는 건 미신에 불과하다”며 “나무 겉면이 불에 타도 안쪽은 건물 하중을 그대로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불이 나도 대피를 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에스토니아 목조주택은 교차 집성판 CLT 공법으로 짓는다. 나무를 가로와 세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강도를 높였다./강태민 기자

    게다가 단열도 뛰어나다. 벽체 두께가 훨씬 두껍다. 국내 목조주택 단열재 두께는 보통 160㎜ 정도다. 에스토니아 일반 목조주택 단열재 벽 두께는 250㎜~300㎜다. 적어도 200㎜가 넘는다.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목조 주택은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대표적인 친환경 주택이다. 20평 주택 기준으로 연간 승용차 18대, 40평 기준으로는 승용차 45대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땅집고] 에스토니아에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목조주택 아파트. 최근 에스토니아 등 유럽에서는 10층~20층 높이의 고층 목조주택 건물도 등장하고 있다./한국 목조건축협회

    ■관공서·학교에 이어 고층 목조건물까지 확산

    한국에서 받기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도 에스토니아에서는 2~3달이면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인허가 절차를 밟으면서 동시에 주택을 지을 수 있어 제작부터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현지 중견기업에서도 모듈러 목조주택 제작은 두 달이면 가능하다. 최근엔 세컨하우스나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땅집고] 에스토니아 탈린 시내에 위치한 펠굴리나 중·고등학교. 지난달 개교한 지상 3층짜리 건물로 에스토니아산 목재로 지어졌다. 건물 연면적은 8200㎡로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목조건물이다. /강태민 기자

    최근엔 관공서나 학교, 고층 오피스 건물도 나무로 짓는 추세다. 세계 각국에서도 고층 목조건물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층 목조 빌딩은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소재한 25층짜리 86m 높이의 어센트 타워다. 스위스·호주에서는 100m 이상 목조 건물을 짓고 있다.
    /탈린(에스토니아)=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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