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25 07:00
[땅집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청년ㆍ독거노인 주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만 해도 월세 140만원 이하 원룸은 없다고 할 정도예요. 1인 가구 주거난 해법으로 임대형 기숙사를 대량 공급해야 합니다. 정부도 임대형 기숙사 규제를 풀어주고 있지만 핵심이 빠져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경험많은 도심형 주택 디벨로퍼로 꼽히는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임대형 기숙사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의 본질은 금융지원 확대”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하루 빨리 임대형 기숙사에 대한 금융지원 계획을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 보증 상품이 아닌 대출지원 상품, 건물 준공 후 금융지원 상품 등을 출시해야 임대형 기숙사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땅집고가 오는 11월13일 개강하는 ‘임대형 기숙사 개발 실전스쿨 4기’ 과정 강사로 참여한다. 서 대표는 ‘왜 임대형 기숙사인가? 최적 입지 여건과 개발 기획’을 주제로 강의하고, 서울 제기동 코리빙 하우스에서 현장 스터디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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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오피스텔과 임대형 기숙사의 차이점은.
“임대형 기숙사는 일반 기숙사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과 외형은 비슷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임대형 기숙사는 연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고시원과 다중주택은 연면적이 각각 150평 이하, 200평 이하다. 2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짓기가 어렵다. 임대형 기숙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누구나 운영 가능하다. 일반 기숙사는 공장과 학교법인만 운영할 수 있다.
주차장 확보 기준이 일반 기숙사보다 완화된 것도 장점이다. 분양형 호텔이나 고시원은 134㎡당 1대씩 주차공간을 갖춰야 한다. 임대형 기숙사는 200㎡당 1대가 필요하다. 1실당 면적은 다중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적은 10㎡다. 공용공간을 포함해 총 14㎡를 갖춰야 하는데 넓은 연면적을 활용해 공용 커뮤니티 시설을 갖출 수 있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출수록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듯, 공용공간을 잘 활용하면 비슷한 상품 대비 높은 수익성을 거둘 수 있다.”
―임대형 기숙사에 대한 금융지원이 왜 필요한가.’
“한 건물에서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며 식당, 카페, 운동시설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이 임대형 기숙사, 즉 ‘코리빙 하우스’다. 청년뿐 아니라 독거 노인 등 시니어 주거 문제도 심각한데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요즘 부동산 프로젝트(PF) 금리가 높다보니 개발 이익을 겨냥한 분양 상품만으로는 폭증하는 1인가구 주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키가 바로 임대형 기숙사다. 주차장 관련 법이 바뀌면서 사업성이 높아지고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소프트웨어 중심 주거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사업자와 거주민 모두 만족도가 높은 커뮤니티 중심 주거형태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임대형 기숙사는 초기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총 사업비가 100억원이라면 자기자본으로 40억~45억원이 필요하다. 진입 장벽이 높아 사업자가 적다. 임대형 기숙사를 활성화하려면 총 사업비의 20~30%만 있어도 사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금융·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
―임대형 기숙사 규제를 어떻게 완화해야 할까.
“정부는 작년 2월과 올 9월 두 번에 걸쳐서 임대형 기숙사 규제를 풀었고, 이달 말 또 다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나온 완화 방안도 중요했지만 결국 핵심은 금융지원이다.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세제와 주택도시기금 지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빠른 시일내에 제시해 사업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금융지원 시 PF보증보다 기금 융자를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 사업비가 많이 필요한 도심에서도 공유주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골자다.
셋째, 건물 준공 후에도 금융지원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공 후에는 PF 대출을 갚고 담보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월세나 보증금만으로는 PF대출금을 갚기에 무리가 있다. 정부가 PF뿐 아니라 준공 후에도 담보대출을 지원해 주는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큰 틀에서 임대형 기숙사 사업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더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현장을 뛰는 플레이어인 디벨로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실을 고려한 금융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정부 지원방안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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