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3 07:43
[땅집고] 서울시가 대형 생태공원인 신구로유수지 절반 땅을 럭비구장 부지로 개발한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존 럭비구장은 서해종합건설 자회사인 KL산업이 아파트를 짓는데 활용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관련법상 반드시 시행사가 럭비구장 대체부지를 마련하고 시설까지 조성해야만 가능하다. 그간 대체부지를 찾지 못하다가 서울시와 구로구청이 생태공원인 유수지 땅에 럭비구장을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서해종합건설 자회사 KL산업의 아파트 개발 물꼬가 트인 셈이다.
신구로유수지에 럭비구장이 들어서면 생태공원은 현재의 절반 면적으로 줄어든다. 구로구 일대 주민들은 민간 사업자의 아파트 개발에 공공 생태부지가 절반이나 희생당하게 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5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서해종합건설 및 자회사 KL산업은 자금 조달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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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종합건설 온수역 아파트 개발 본격화…구로구 주민들 “생태공원 희생당했다”
12일 서울시는 지난 11일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구로구 오류동 111-1번지 ‘온수역 일대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럭비구장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6만6591㎡)에는 지하 5층, 지상 35~40층, 연면적 62만㎡ 규모의 판매시설과 업무시설, 공동주택 1821가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해종합건설 자회사 KL산업이 시행사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적률은 400~600% 이하로 적용된다.
현행법상 민간 사업자가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로 지정된 럭비구장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직접 서울 내에 새로운 럭비구장이 들어설만한 대체부지를 찾아 시설을 이전(조성)해야만 가능하다. 기존 럭비구장은 지난 1974년 국내 최초의 민간럭비경기장으로 개관했으나, 2013년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이 문을 연 뒤부터는 이용률이 저조해졌고, 이후 대규모 부지가 방치된 채 남겨져 있다.
그간 민간 사업자들이 방치된 부지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았으나 서울에 럭비구장이 들어설만한 대규모 대체부지를 찾지 못해 번번이 개발 시도가 무산됐다. 서해종합건설은 2021년 4월 자회사 KL산업을 통해 부지를 5475억원에 매입했는데, 마찬가지로 대체부지를 찾지 못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PF 브릿지론 연장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시는 11일 럭비구장 특별계획구역 결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구로동 689번지에 있는 ‘신구로유수지 생태공원’(5만2800㎡)을 기존 럭비구장 대체부지로 허용했다.
생태공원의 절반 쯤인 2만308㎡ 땅에 새 럭비구장을 짓고, 2411㎡ 규모로 다목적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민간 시행사의 공공기여를 통해 신구로유수지에 다목적구장 2개소, 복합문화시설 등 생활체육시설을 포함한 생태공원을 재조성한다는 것이다. 용도가 유수지로 지정된 신구로유수지에 체육시설이 들어가면서 용도가 중복되는 문제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주민들 “생태공원, 럭비구장 대체부지 요건 안 돼”…시행사 특혜의혹 불거져
하지만 주민들은 민간 아파트 개발로 서울시의 공공 시설인 생태공원이 사실상 희생당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럭비구장 부지를 개발하는 민간 사업시행자는 대체부지를 확보하고 시설까지 조성해야 하는데, 이번에 대체부지로 결정된 ‘유수지’는 행정재산이어서 공유재산법 제19조에 따라 민간 사업자 개발 행위에 출자의 대상, 즉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대체부지 활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수지를 민간 사업시행자의 공공기여 땅으로 제공하는 것은 공유재산법 위반에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수지 부지 활용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온수역 부지 개발로 인해 사업시행사가 내야하는 개발부담금(공공기여금) 전액을 신구로유수지 럭비구장 조성 비용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민간 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구로구의 한 주민은 “아무리 아파트 개발이 시급하다지만, 땅이 없다고 멀쩡한 생태공원의 절반을 럭비구장으로 개발하는 것이 맞느냐”며 “새 럭비구장을 짓는 것도 민간 사업자의 몫인데, 구청이 민간이 아파트 개발을 위해 사업자가 부담한 공공기여금을 새 럭비구장을 짓는데 보탠다고 밝힌 것은 생태공원 땅을 민간 사업자에게 그냥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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