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06 07:00
[땅집고] “10년 차 넘긴 30대 중반 사내 커플 부부입니다. 또래에 비해 많이 버는 편이 아닌데도 둘이 합쳐서 연봉이 1억원은 그냥 넘거든요. 요즘 저희처럼 30대 중반 넘어서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많은데, 신혼부부 대출은 그림의 떡인 거 같아요.”(36세 황 모 씨)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주택구입(디딤돌)ㆍ전세자금(버팀목) 대출 소득 요건을 1500만원씩 인상하는 등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살거나 외벌이 등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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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디딤돌 대출 소득요건은 당초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완화하고, 금리는 연 2.45~3.55%를 적용한다. 소득 7000만원 이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2.45~3.30%를 적용받는다. 버팀목 대출 소득요건도 당초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완화한다. 금리는 2.1~2.9%다. 마찬가지로 소득 6000만원 이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2.1~2.7%를 적용한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대출한도는 최대 4억원이다. 전세대출인 버팀목 대출 역시 보증금 기준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이며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2000만원, 비수도권 8000만원을 지켜야 한다.
■“30대 맞벌이는 어쩌라고”…현실과 동떨어진 ‘신혼부부 지원책’
정부 나름대로는 저출산, 비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실제 도움을 받을 신혼부부는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택구입 대출과 전세 대출 소득요건은 각각 8500만원, 7500만원인데 최근 트렌드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초혼 연령 자체가 높아진 데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 부부 합산 소득요건이 턱없이 낮다는 것.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내놓은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각각 0.3세, 0.2세씩 상승하며 초혼 연령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맞벌이 가구 수는 584만6000가구로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46.1%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직원 수 30~99명 중소기업의 30~34세 직원 평균 연봉은 4095만원이다. 단순 계산해 보면 30대 맞벌이 부부의 합산 소득은 9240만원으로, 정부의 소득요건을 모두 뛰어넘는다.
여기에 신혼부부 대출 지원책이 개인보다 압도적으로 좋지도 않아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대출의 경우 수도권은 3억원 이하 주택에 1억2000만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부부 합산 연봉은 7500만원이지만 모은 돈이 최소 1억8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득 요건은 인상해야 하지만, 지금 인상한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개인 대출보다 최소 2배 이상 대출 한도를 높여주지 않는 이상 신혼부부 지원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부부가 모두 연봉 4000만원을 받을 경우 각자 대출받는 금액이 신혼부부 대출 금액보다 훨씬 적어지는 등 오히려 신혼부부 역차별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결혼하는 순간 청약 통장은 부부 합산으로 2개에서 1개로 줄어들고, 각자 1주택자였을 경우 결혼하면 다주택자 취급을 받게 된다.
■ 뿔난 신혼부부들 ”수도권 6억 이하 주택? 외곽이나 빌라나 가라는 것”
주택구입 대출과 관련 6억원 이하로 책정한 주택가격 기준 역시 논란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11억3279만원이다. 총 가구 수 30가구 이상 아파트(임대 제외), 거래 취소 건을 제외한 통계다. 서울에서는 기본적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고 6억원 주택을 매수하려면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도생) 등 비아파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도권이나 지방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경기도는 5억785만원, 인천은 3억8800만원, 부산은 4억1631만원 선으로 6억원보다 낮다. 그러나 집값이 다시 전고점의 85% 수준을 회복한 상황에서 국토부의 조건에 맞는 곳에 가려면 입지가 열악한 아파트나 빌라 등 아파트 대체재로 가는 수밖에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ㆍ인천을 비롯한 지방에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그나마 도움이 되겠지만, 서울 거주 신혼부부는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실적으로 서울 등 어지간한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 아파트는 6억원을 우습게 넘는다”며 “최근 전세사기 이슈로 빌라 시장이 죽으니 신혼부부들은 빌라나 살라고 등을 떠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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