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27 07:35
[땅집고] 최근 업계에선 하반기 금리인상과 지방 분양시장 침체로 인해 건설사 줄도산을 우려하는 전망이 많았다. 정부가 26일 내놓은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에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자금 융통을 돕는 지원책이 담기면서, 하반기 업계를 휩쓸었던 ‘건설사 연쇄 부도설’이 잠잠해질지 주목된다.
■ 부동산PF 보증 확대, 중소 건설사 ‘줄도산설’ 잠재울까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1∼9월(22일 기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05건으로, 2006년의 435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일 건설사 약 1.5곳은 문을 닫았단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1건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25일 건설업계 관련 보고서에서 올 6월 말 기준 한신평 신용 등급을 보유한 건설사의 PF 보증은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23%가 3개월 내, 39%가 3∼12개월 내, 60% 이상이 1년 내 만기에 도래한다. 한신평은 도급순위 상위 건설사보다 분양위험이 높은 사업장이 많은 시공능력 50위 이내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 대응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지난 15일 건설산업연구원도 건설동향브리핑에서 “공사비 인상, 지방·비수익형 부동산 부분 분양 실적이 저조해 중소건설사들이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대량 부실화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 우려를 반영해 26일 주택 공급대책에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규제완화 및 지원책을 내놓았다. 부동산PF 보증 규모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고 대출한도도 기존 50%에서 70%까지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깐깐했던 PF보증 심사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로 정리하고 재구조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부동산PF 25조 지원·부실사업장 정리…건설사 ‘줄도산’ 방지
■ 총선까지 시간끌기?…고금리·규제완화 딜레마에 효과 더딜 수도
업계에선 정부의 대책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란 반응이 많다. 다만 민간 건설사가 대책 효과를 당장 체감하기 어려워 주택공급 부족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동시에 나왔다.
최근 자금 위기를 겪는 사업장 특징은 수도권보다는 지방,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물류센터 등 비주택 부동산이란 점이다. 분양시장에 온기가 돈다고는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대다수 비아파트 시장은 침체했으며, 수요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에는 이런 수요를 떠안아줄 다주택자 규제완화책도 빠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등에 분양을 서둘렀다가 미분양이 나면 정부가 책임을 져줄 수도 없기 때문에 공급 앞당기겠다는 염불 외는 대책이 실효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며 “수요자에게도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시그널 주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송인호 KDI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다주택자 등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 등을 더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빠진 점은 아쉬운 점”이라며 “다만 규제완화는 가계부채 상승 등 리스크가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는 금융시장 시스템을 잘 살피면서 규제완화를 시행하지 않고 기다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건설사의 자금 경색을 막는 동시에 수도권 핵심지 집값을 억제하면서 다주택자 등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역설이란 반응도 나온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규제완화 등 부양책을 펴게 되면 기업의 PF대출부담이 가계부채로 고스란히 옮겨붙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고 고금리가 지속하는 현 상황에선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반쪽짜리 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더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반기 고금리 장기 지속설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건설사를 아무리 지원해도 금리가 오르면 대책이 효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총선 전까지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으로 이번 대책을 발표한 것인데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가 악재로 작용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며 “정부 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 총선까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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