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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대란에…방치했던 尹대통령 공약 '콤팩트시티' 꺼내든 국토부

    입력 : 2023.09.25 13:33 | 수정 : 2023.09.26 10:25

    [땅집고] 정부가 추석 전 내놓을 공급 대책에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공공택지 내 역세권 땅을 콤팩트시티로 개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지난 6월 콤팩트시티 공급 사업지로 발표된 평택지제역 일대. /땅집고DB

    콤팩트시티는 도시 중심부에 주거·상업시설을 밀집시켜 시민이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니며 생활할 수 있게 한 도시 모델이다. 기존 신도시가 개발 편의에 따라 입지를 선정하고, 입지 발표 후 교통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었다면, 콤팩트시티는 대중교통체계와 환승센터를 구축한 후 입주를 추진하는 ‘선(先)교통 후(後)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역세권의 용적률을 높이면 그만큼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선 국토교통부가 공급 대책에 급급해지자, 이제와서 그간 방치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다시 꺼내들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콤팩트시티도 각종 절차 등을 고려하면 3기 신도시처럼 먼 미래에나 조성 가능해, 결국 사전청약 물량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선(先)교통 후(後) 고밀개발’ 가능…콤팩트시티, 대책에 담길까

    윤 대통령은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역세권 첫 집’이란 이름으로 콤팩트시티 개발 계획을 내놨다. 역세권 첫집은 공공주택 20만가구 규모로 공공분양 주택 50만가구에 포함해 추진 중이다.

    공약집에 따르면 역세권 첫 집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민간개발연계형’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 상향을 통해 증가분의 200%를 공공분양 주택으로 기부채납 받아 청년 신혼부부에게 반값으로 분양한다. 나머지 하나는 ▲‘국공유지활용형’으로 역세권에 있는 철도차량기지, 빗물펌프장, 공영주차장 등 도시계획시설 부지를 입체복합개발한 뒤 상부를 주택 건설 용지로 활용해 공공분양 주택을 반값으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국공유지활용형은 현재 서울주택도시(SH)공사가 진행 중인 콤팩트시티 등이 포함된다. SH는 현재 신내4지구를 비롯해 ▲서남 물재생센터 ▲강일·장지·방화 버스차고지 입체화 ▲연희(교통섬)·증산(빗물펌프장) 등에서 콤팩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땅집고] 역세권 콤팩트시티 기본 개념. /국토교통부

    이와함께 지난해 정부는 신규 택지에 구축할 역세권 개발의 구체적인 모델로 ‘콤팩트시티’ 계획을 내놨다. 콤팩트시티 내에선 철도역 접근성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발밀도를 높인다. 예컨대 300m 이내 초역세권은 ‘거점 지역’으로 복합쇼핑몰과 오피스, 복합환승센터 등을 고밀개발하고, 600m 이내 역세권은 ‘직주근접 지역’으로 청년주택 등을 배치, 600m 밖 배후지역은 ‘주거지역’으로 대단지 아파트 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정부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사업을 추진하고 해당 노선 인근에 콤팩트시티를 조성해 사업 타당성 확보를 위한 수요를 대폭 확충한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 6월에는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세권(453만㎡)을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콤팩트시티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일대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첨단산업단지가 가깝고 지하철 1호선과 SRT가 지나는 평택지제역에는 향후 GTX-A·C 연장 노선이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계획됐다.

    현재 개통이 다가온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 정차역 중 공공택지인 창릉지구와 GTX-B·9호선·경춘선 역세권인 남양주왕숙에서 콤팩트시티 조성을 염두에둔 개발을 한다는 계획이다.

    ■ 방치했던 공약 다시보기?…업계선 “2030년 분양할거면 2030년에 발표해라” 비판도

    하지만 콤팩트시티도 3기 신도시 사전청약처럼 먼 미래에나 실현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도입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先)교통 후(後)개발’ 취지에 따르면 지금이라도 GTX 등 광역철도가 지나는 역사 주변 빈 땅의 개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광역철도 계획조차도 아직 초기 단계에 놓여있고 토지보상 등을 고려하면 결국 사전청약 물량 정도나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땅집고]콤팩트시티 개발에 반대해 평택지제역 일대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땅집고DB

    기존에 추진한 역세권 개발 사업들이 부침이 많은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도로 위 아파트’ 신내 4지구는 사실상 첫 콤팩트시티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설계 검토 과정에서 도로 위에 조성한 인공대지가 대규모 아파트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무산 위기다.

    이번 정부가 추진한 김포 5호선 연장사업을 통한 콤팩트시티 조성 계획도 최근 김포와 인천시가 역 신설을 놓고 대립하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꾸 갈등하면)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규 택지인 평택지제역 일대는 토지보상 문제를 놓고 인근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관련기사: "고덕신도시나 제대로 짓고 지제역 개발해라" LH에 분노한 평택 땅주인들 [르포]

    정부가 정작 좋은 정책마저도 도입 타이밍을 놓치고, 당장 추석 후 이사철부터 총선 전까지 집값 불안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가리기식 정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에선 거듭된 사전청약 정책에 대해 “보여주기 식이다”, “애들 다 크면 입주한다”, “2030년에 분양할 것이면, 2030년에 발표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도권에 콤팩트시티를 도입하는 것은 개발 방향 측면에선 옳은 방향”이라며 “하지만, 공공택지에선 토지보상 문제가 늘 걸림돌이고, 민간 개발도 건물주 합의를 거쳐 각종 심의 등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당작 공급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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