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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리모델링만 유독 홀대…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봤나"

    입력 : 2023.09.14 14:35 | 수정 : 2023.09.15 09:54

    [땅집고] “오세훈 시장이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봤는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엔지니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안전성을 보장받아온 리모델링 사업이 위험하다며 막무가내식 제동을 걸다니….”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홀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오 시장은 제320회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에 정책적인 비중을 싣기는 어렵다”며 “안전성 문제 및 자원 낭비 측면에서도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진작시키는 정책을 쓰는 것은 분명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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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리모델링 업계는 오 시장의 발언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여년 동안 아파트 리모델링 사례 중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한 단지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안전한데다,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비 자원 낭비도 덜 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곳곳 조합들 역시 재건축·재개발만을 우선시하는 오 시장의 정책 때문에 사업 제동이 걸려 불만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 “리모델링은 전정부·전임시장의 적대적 정책…안전성도 의심돼”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동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도 10만2299가구로 54.1% 줄었다. 인허가·착공 물량이 동시에 줄어들면 향후 몇 년 안에 주택 공급난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빈 땅이 부족해 정비사업만이 유일한 새아파트 공급책인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뿐 아니라 리모델링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땅집고] 제 32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서울시가 리모델링 사업을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 시장은 “30년, 40년, 50년이 됐다면 요건을 갖추어서 재건축을 추진하면 되지, 10년~20년이 된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주차장 사정 등 주거 불편도 있지만 재산 증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단지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전임 시장, 전 정권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으로 리모델링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발언했다. 즉 오 시장은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비사업군이며, 과거 문재인 정부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내놓은 정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리모델링 사업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의 리모델링은 뼈대만 일부 남기는 재건축 수준으로 공사가 진행이 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뼈대까지 건드리는 상황에서 지하 6층까지 파기도 한다”며 “그리고 뼈대를 남겨둔 채 건물을 위에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지하를 파내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법상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울 정비사업 권한을 쥐고 있는 오 시장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업계에선 당분간 서울 25개구(區) 곳곳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마다 사업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리모델링 업계 “오세훈 시장의 편견 심각”, 조합 “재산권 침해로 집단 민원 고려중”

    /연합뉴스

    하지만 리모델링 업계에선 오 시장이 리모델링 사업에 갖고 있는 부정적 견해 대부분이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먼저 안정성 문제와 관련해선 아파트 리모델링이 허용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준공을 마친 총 17개 리모델링 단지 중 안전 문제가 발생한 단지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아파트 4곳 역시 안전성 검토를 선행한 뒤 착공했다. 하자와 관련한 분쟁도 신축 아파트 대비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공사 후 입주한 단지 중 서울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에 건물 하자에 관한 분쟁을 접수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이 리모델링 공법에 대해 ‘건물을 위에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지하를 파내서 공사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봤는지 의문”이라며 “오 시장이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에 건설 지식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건물이 스스로 공중부양 하는 것도 아니고 공중에 띄우면서 공사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착공 전 안전진단·안전성 검토·각종 안전 관련 심의를 관계기관으로부터 받고 있는데, 오 시장의 발언은 관계기관 전문가들조차 못 믿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현재 서울 곳곳에는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서 지은 고층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현행 법규상 사업성 등 측면에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적합한 곳이 더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발표한 ‘2030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를 준공년도·용적률·단지 특성 등을 기준으로 정비사업 수요 예측을 한 결과, 재건축 가능 단지는 878개인 반면 세대 수 증가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898개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내 아파트 조합도 오 시장의 반(反) 리모델링 정책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다. 인근 경기권에선 고양, 광명, 군포, 부천, 성남, 수원, 안양, 용인 등 8개시 44개 공동주택단지(4만3779가구)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일 정도로 사업이 활발한데, 유독 서울시만 리모델링 사업을 막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부 조합에선 오 시장이 리모델링 인허가권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집단 민원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선 속도가 생명인데 오 시장이 나서서 ‘리모델링은 속도가 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발언하면 리모델링 사업을 하지말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재건축이 불가능한 우리 아파트에선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저녁시간이면 주차를 이중, 삼중으로 해야 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하고 녹물도 나오는 등 생활 여건 개선이 시급한데, 오 시장이 우리 단지에 한 달만 살아보면 저런 소리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리모델링 홀대는 오해…주택 공급 효과 미미하고 안전성 문턱도 낮아”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리모델링을 홀대하는 것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선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는 한계가 명확한 정비사업이라 서울시 입장에선 각종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서울시 주택정책실 공동주택지원과는 재건축 사업에선 가구수가 기존 대비 평균 1.4배 가량 증가하지만, 리모델링할 경우 이 증가율이 미미해 주택공급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용적률은 큰 폭으로 올라 주변 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전체 도시를 계획하는 서울시 입장에선 사업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최근 서울시에 접수된 리모델링 계획을 보면 강동구 A아파트는 용적률이 기존 398.58%에서 610.01%로 상승률이 거의 두 배에 달했으며, 서초구 B아파트는 용적률을 기존 316.02%에서 473.19%로 올리겠다고 제출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아파트 평면 구조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층고가 낮고 바닥 두께가 얇아 층간소음에 취약하고, 제대로 된 지하주차장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아 입주 후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또 서울시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현재 1차안전진단만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업계 목소리와는 달리 안전에 대한 검토 수준이 낮은 점을 문제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서울시가 개선안을 마련해 수직증축 수준으로 안전점검 수준을 강화한 것이지, 리모델링을 못하게 원천 차단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공동주택지원과 관계자는 ”현재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고밀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정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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