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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학군지 논쟁…"될놈될" vs. "분위기 조성" [붇 이슈]

    입력 : 2023.08.31 11:21

    [땅집고] 예로부터 우수 학군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도곡·역삼동 등 아파트 전세 가격은 학교 개학이나 방학 시기에 따라 억 단위로 차이 난다. 새 학기를 앞두고선 좋은 학교에 배정받기 위한 수요가, 방학엔 특강을 노린 사람들이 몰리면서다. 이처럼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학군지는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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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규모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올라온 ‘주변에 많은 서울대 출신들을 보면서, 학군지가 정말 중요한 곳일까?’라는 글이 화제다. 이 글은 지난 23일 올라온 후 5일 만에 조회수 2만1000회, 댓글 200개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김리영 기자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뒀다는 A씨는 “고등학교 시절 학군지와 먼 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명문대에 갔다”며 “정작, 도시로 간 친구 중에선 공부에 재미를 잃은 친구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학군지에서도 서울대를 가는 사람들은 소수”라며 “대학교 입시 수준의 공부는 천재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군지 여부보단)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글이 올라온 뒤 댓글창에선 ‘학군지의 의미’에 관한 의견이 연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서울대 갈 사람은 어디 있어도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이라고 답했다.

    성적만 보고 학군지를 가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학군지는 절대 공부만 보고 가는 게 아니다”며 “비슷한 수준의 부모와 친구,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비학군지에서 자랐지만, 유해한 환경이 없는 곳을 찾다 보니 학군지를 찾게 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부동산 전문가는 저출산 시대일수록 학군이 자산 증식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저출산시대에 학군지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교육 우월지역과 교육 열등지역 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나듯, 학군에 따라 ‘극과 극’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의견이다.

    관련 영상: "저출산이 오히려 지역 교육격차 키울 것…그러니 학군 받쳐주는'버블세븐' 오를 수밖에"

    <이하 원문>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제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관해 ‘임대 가구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글이 올라와 (학군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드립니다. 학군지와 먼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상위 10~20% 친구들은 수원과 분당 학교로 진학했습니다. 당시 지역에 있던 몇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선 상위권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학년 당 상위 10명을 뽑아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하고, 하루종일 공부를 하게 했습니다.

    중학교 때 전교 50등 이내 친구들은 전부 타지로 나갔기에, 이들은 실질적으로 전교 60등 정도의 친구들이었습니다. 3년 후 10명 중 3명은 서울대, 1명은 의대에 갔고, 연고대 2명, 상위대학 3명, 기타 1명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반에서 5~10등을 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선 전교 10등안에 드는 최상위권이 된 것입니다. 자리와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죠. 최상위권이 되니 최상위권처럼 공부를 했고, 결과도 그러했습니다.

    반면에 중학교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받아 수원이나 분당으로 간 친구들이 서울대나 연고대를 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소문에는 중학교 때 전교권에서 놀았던 친구들은 학군지에선 공부 자신감과 재미를 모두 잃었다고 합니다.

    공부는 자신감입니다. 학군지에서도 서울대를 가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서울대를 간 친구가 3명이 있고, 지금 다니는 회사 동료 10명 중 절반은 서울대입니다. 이전 직장에서도 서울대 출신을 많이 봤습니다. 이들 중에선 학군지에서 자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비학군지 고교 상위권 출신입니다.

    개인적으로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일 때 최상위권 대학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에 소질을 보여, 과학고나 영재고에 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많은 곳에서 같이 공부를 해본 결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저는 제 자녀가 이런 부류가 아니라고 생각해 영재 교육 같은 건 고려해 보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해 학군지에서 명문대에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중에선 대학교 입학 후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자녀가 용의 머리가 되는 게 가장 좋지만, 뱀의 머리가 될 수 있는 학군이 가장 좋은 학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수재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교 입시 수준의 공부는 천재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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