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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수입 수두룩"…재건축 임박한 '강남 최대 재래시장' 은마상가 [르포]

    입력 : 2023.08.16 11:22 | 수정 : 2023.08.16 12:15

    [땅집고] 지난 11일 오후 찾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상가 내 모습. 강남 최대 재래시장이라는 말 답게 생선가게, 과일가게, 반찬가게 등을 비롯해 건강원 등을 볼 수 있다./박기람 기자

    [땅집고] “재건축 하나만 보고 마흔넷 다섯살에 은마 상가를 샀는데 16년이 지났어요. 완전히 물린 거죠. 당시 대치동 다른 상가도 샀는데, 거긴 임대료가 최소 두 배는 올랐거든요. 반면 은마상가는 많아 봐야 20% 올랐을 거예요. 더 미뤄지면 살아생전엔 재건축을 못 볼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재건축해야 합니다. ”(은마아파트 내 상가 소유주 최 모 씨)

    지난 11일 오후 찾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내 지하상가. 낡은 건물 밑으로 이어진 지하상가는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강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각종 식당을 비롯해 반찬가게 과일가게, 생선가게, 세탁소, 건강원, 수입과자 가게 등 다양한 업종을 볼 수 있다. 장을 보러 온 중장년층 주민들부터 분식을 즐기러 온 청년이나 학생 등으로 상가는 활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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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은마 상가 내 유명 분식집 모습. 다른 지역 상가와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옛날식 떡볶이와 튀김 등 분식을 즐기고 있다. /박기람 기자

    ■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강남 한복판에 80년대 재래시장…임대료도 반값

    은마 상가는 한보주택이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 주택자금을 융자받아 1978년 만든 4424가구 대단지 아파트 은마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당시 대단지 서민 아파트답게 상가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파트 대지 면적 24만3552㎡의 10분의 1에 달하는 1만7700㎡ 대지 면적 규모를 자랑한다. 은마상가협의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상가 소유주는 415명, 점포 수는 590곳이다.

    상가는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지하 1층을 포함해 공부방, 세탁소, 한의원, 옷 가게, 카페 등이 있는 지상 1~3층으로 구성한다. 이 중 지하 1층은 A동과 B동으로 나뉘어 있으며 들어가는 입구만 7개 곳이나 된다. 초행자들은 길 잃기 십상이다.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규모 재래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땅집고] 은마상가 맛집을 검색하면 뜨는 관련 콘텐츠들. 옛날식 떡볶이와 튀김, 순대 등을 파는 분식집과 칼국수집이 방송을 타며 유명해졌다. /유튜브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가도 지어진 지가 40년을 훌쩍 넘으며 시설은 노후했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상가 전체에 냉방 시설이 없어 복도는 여름만 되면 찜통이었다. 그러다 2010년 냉방시설을 설치하고 매년 조금씩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현재는 연 매출이 수억 원에 달하는 점포가 한두 곳이 아닐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20년 넘게 장사를 한 상인만 수두룩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은마상가 맛집에 대한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은마 주민 A씨는 “아직 일부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화변기가 있고 엘리베이터가 없을 정도로 낡았다”면서도 “옛것의 친근함이나 보장되는 상품의 퀄리티 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마 상가는 대한민국 대표 장사꾼들이 모인 곳이라 맛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상가 소유주나 점주, 주민 모두 은마 상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고 했다.

    낙후한 시설 탓에 강남 한복판 인데도 임대료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상가 1층 바깥쪽 15평 규모 점포는 월 임대료가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대치동 일대 1층 15평 규모 점포가 250~4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낮은 셈이다. 상가 지하 17~20평짜리 점포 월 임대료는 100만~120만원으로 더 싸다.

    상가 소유주 최씨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고 시설이 너무 낙후했다 보니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사실상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동결 수준으로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매매가는 재건축이 속도를 내며 치솟고 있다. 상가 1층 바깥쪽 15평의 경우 매매가는 올 3월만 해도 15억원 수준이었나, 지금은 19억원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 H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나오는 매물이 전혀 없다”고 했다.

    [땅집고] 오는 19일 조합 설립 총회를 앞두고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기람 기자


    ■ ‘5조 규모’ 은마 재건축 드디어 조합 설립하나…숙제 산적

    총사업비만 5조원 이상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2003년 추진위가 처음 생긴 이후 20년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오는 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조합 설립과 조합장 선출 총회를 열기로 하면서다. 그동안 은마는 정부ㆍ서울시 규제와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답보 상태에 있었다. 재건축 최대 걸림돌로 불리는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도 사업 지체에 큰 몫을 차지했었다.

    그러다 추진위가 올 4월 말 상가 소유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며 재건축 단계의 문턱을 넘었다. 동별 조합설립 동의율 50%는 조합설립 요건 중 하나인데, 상가도 한 개의 동으로 간주하면서 절반 이상 동의율이 필요했었다. 절반 이상의 동의율을 얻기 위해 추진위는 올 4월 은마상가 재건축 추진협의회(상가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상가 개발 계획을 자체적으로 짤 수 있는 독립정산제 등 내용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였던 상가조합원 분양 비율의 경우 10%로 최종 합의했다. 상가 조합원이 상가를 분양받고 남은 지분을 원래는 현금으로 청산받지만, 남은 지분이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넘으면 아파트를 추가로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권리차액(새로운 상가의 분양가-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이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넘을 때만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추진위 측은 “추가로 받을 기회만 주는 것이고, 아파트값은 100% 상가소유자가 본인 돈을 추가로 내어 완납해야 한다”고 했다.

    조합 설립 후에도 갈 길이 멀다. 상가 배치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추진위 설계 초안에서는 상가 60%가량이 지하로 배치돼 이에 불복한 상가 소유주가 크게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추진위 측은 “상가를 지하로 배치하는 설계안은 전임 추진위원장 시절 만든 것”이라면서 “조합설립 인가 후 9월 정비계획 변경을 시작하면서 상가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 정비계획을 바꾼 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심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현 추진위와 비대위 간 갈등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단지 관통 여부, 49층으로의 층고 상향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한편 은마 아파트는 재건축 조합 설립 총회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값은 바닥을 찍고 오르고 있다. 은마 전용면적 84㎡는 2021년11월 28억2000만원 최고가를 찍은 뒤 올 3월 23억40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가 지난달 29일 26억5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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