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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사태는 법조계 뺨치는 '국토부·LH 전관예우'에서 시작됐다

    입력 : 2023.08.10 11:43

    [땅집고] “설계하던 사람이 갑자기 감리 업무를 보면 전문성이 확 떨어지지만, 현실에선 비일비재합니다. 건축사들이 모두 독점하는 구조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카르텔은 깨기 어렵습니다. 국토교통부나 LH 퇴직하면 건축사사무소 가면 발주처 사람들이 모두 후배니까요. 건설업계 카르텔은 법조계 뺨 칠 정도로 심각합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 공급되는 상수도관 이물질 발생 현상, 남양주 공공분양 아파트 보강철근 누락등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파장을 일으킨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연이어 대책을 내고 있지만, 업계에서 ‘여전히 제2, 3의 LH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논란이 된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에 포함하고 감리 과정에 건축구조기술사를 투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물의 뼈대가 되는 구조 설계를 맡는 전문 인력이다.

    ☞연관 기사 : "'설계 전문가' 건축사가 현장 감리? 비전문가에 공사 맡기는 것"

    현장에선 여전히 감리 업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감리 업무는 건축사사무소나 엔지니어링 업체가 맡는다. 건축구조기술사를 비롯해 국내 최상위 기술 자격증인 기술사들은 감리 업무를 맡으려면 건축사사무소나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한 기술사는 “건축사사무소는 논란이 된 ‘엘피아(LH+마피아)’ 최종 집결지”라며 “ 실력 있는 건축구조기술사라도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와 비(非) 공학 전문가인 건축사 지휘 아래에서 공학적 근거로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는 기술사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대표(건축사) 앞에서 구조와 시공을 강조하기 어렵다”며 “’구조적으로 철근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돈이 더 든다’는 말인데, 이걸 반기는 대표가 어디있나”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기술사들의 고충일 것”이라며 “현재 대책은 땜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사가 직접 기술사사무소를 차려도, 일감을 수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토부와 LH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선 기관 출신 전관을 모신 건축사사무소가 대부분 일감을 수주하기 때문.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의 감리를 맡았던 A종합건축사사무소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LH 와 지자체 주택관련 고위 공무원 , 법무부, 군 출신들을 주요 임원으로 내세웠다. 국토부가 발표한 15개 부실시공 LH공공임대단지 중 10곳은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감리를 담당했다.

    ☞연관 기사 : 건축사 "LH 사태, 우리가 해결 가능!"…기술사들 "헛소리 그만!"

    기술사 인원이 워낙 적어 이권 카르텔을 깨기도 어렵다. 기술사사무소 수는 건축사사무소의 약 10%에 불과하다. 이중 구조기술사사무소 비중은 더욱 미미하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개업 건축사사무소는 1만4955개다. 1인 건축사사무소도 많다. 건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1인 건축사사무소는 전체 개업 사무소의 43.2%다.

    반면 기술사사무소는 3000개가 채 안 된다. 이중 건설 분야 기술사사무소 수는 1748로 더욱 적다. 국내 기술사사무소(2956개) 중 건설 분야가 60%를 차지해 가장 많지만, 건축사사무소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장덕배 기술사협회장은 “과거보다 기술사 수가 늘었지만, 건축사에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 권한을 밀어주는 형국이라 여전히 기술사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며 “기술사 자격이 있어도 사무소를 차리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는 기술사들의 주장에 대해 최근 입장문을 통해 “구조는 공간의 효용성과 공사비용, 안전도 등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로 건축설계와 떼려야 땔 수 없는 한 몸과도 같다”고 반박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또 “건축구조기술사는 지난해 기준 1204명으로, 건축사의 6.4%밖에 안 된다“며 “이 문제는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 구조교육을 이수하면 구조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를 도입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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