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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있는 '전광훈 교회'…장위 재개발서 무조건 빼고 간다"

    입력 : 2023.07.14 11:10

    [조합장에게 듣는다] 알박기 논란 ‘전광훈 교회’ 제척한 장위 10구역 조합장 “종교 불법 행위, 법이 무슨 소용있나"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장위10구역' 재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동준 신임 조합장. /김서경 기자

    [땅집고] “2008년엔 사랑제일교회에서 창립총회도 치렀습니다. 그런데 교회 측이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책정한 85억원보다 훨씬 많은 563억원을 보상금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바라는 대로 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이끌어 갈 계획입니다. 저를 믿어준 수백명의 조합원들의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습니다.”

    12일 만난 주동준 서울 장위10구역 신임 조합장은 “'더 이상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합원들에게 교회 제척 여부를 물었는데 동의율 89%로 교회 제척을 결정했다”며 “길더라도 끝이 보이는 길을 갈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고 했다.

    ■ 장위10구역, 신임 조합장 선출…전 조합장에 완승

    서울 최대 뉴타운인 ‘장위뉴타운’ 한가운데 있는 장위10구역 조합은 지난 6일 주동준 조합장 직무대행을 신임 조합장으로 선출했다. 동의율은 75.53%. 조합원 4명 중 3명은 주 신임조합장에게 표를 보냈다. 한때 장위10구역을 이끌었던 황모 전 조합장은 21%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투표는 새 조합장과 전 조합장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교회와의 동행’에 대한 찬반 대결이다. 주 신임조합장은 교회와 더 이상 동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회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빨리 착공한다는 것. 황모 전 조합장은 반대로 교회 측과의 협상을 주장해 왔다.

    조합은 지난해 9월 사랑제일교회 측에 보상금 500억원을 제공하고, 이주하겠다(10월16까지)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교회가 ‘이주 불가’를 선언하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조합은 올해 5월 해당 합의를 해제하는 안건과 사랑제일교회를 사업부지에서 제척하는 안건을 총회에서 통과시켰다.

    ☞ 관련기사 : "아…그냥 빼!" 뿔난 장위10구역 '전광훈 교회' 빼고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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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위10구역은 총 2004가구(임대341가구) 규모 대단지다. 일반 분양 물량만 1000가구가 넘어 사업성이 매우 좋다. 서울 재개발 단지에서 보기 드문 대형 평수도 많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는 657가구, 101㎡~135㎡는 총 163가구로 구성됐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의 기존 단지 배치도(위)와 새 배치도(아래). 가장 큰 변화는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그대로 두고, 공원 위치를 단지 앞으로 옮긴 것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

    ■ 교회 제척 절차 본격화…주 신임 조합장 ”오죽하면 돌아가겠어요”

    -이미 사업이 꽤 진행됐는데, 교회를 제척하는 게 어렵지 않나.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교회가 이주하면 바로 착공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험난한 길을 선택했을까.

    그렇지만 우선 이번 달 안에 구청에 촉진계획변경 신청을 마치고, 다음 달에 공청회를 할 계획이다. 이 절차가 끝나면 우리 변경안이 서울시에 상정된다. 10월 전에 촉진계획변경 인가를 받으면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변경도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 내년 말에는 착공할 예정이다. 교회가 언제 이전할지 모르는데 마냥 바라볼 수 없다."

    - 교회 제척에 대한 조합원 간 이견은 없었나.

    "교회 제척 찬성률은 약 90%였다. 오히려 조합원들은 제가 약속한 시점보다 입주 시점이 늦춰지더라도 절대 교회와 다시 합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떤 분들은 ‘사업 기간이 늘어져서 내 재산이 없어지더라도 교회와 합의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합의의 ‘합’자도 꺼내지 말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 그런데 남은 10%는 왜 교회와의 동행을 지지하는 건가.

    "처음엔 교회와 나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 조합은 사랑제일교회에서 총회도 여러 번 했다. 총회를 하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사랑제일교회와 호의적인 관계였으니 거기서 총회를 한 게 아니었겠나. 교회가 장소를 빌려줬다는 것은 그들 역시 재개발사업에 우호적이었다는 말이다.

    또한 70세 이상 조합원 중에서는 살아있을 때 새집에 입주하려면 교회와 합의하고 빨리 착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 큰길에 새 교회를 지어주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게 저를 비롯한 많은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사랑제일교회 측은 수년 전부터 교회의 금전적 가치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결정한 금액(85억원)의 몇배인 563억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법원이 150억 원 상당으로 제시한 보상금 조정안도 거절했다. 위원회 평가는 감정평가사 2명 이상이 현장을 방문해 건물과 수목까지 모든 것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563억원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금액이었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에 남아 있는 사랑제일교회 모습. /김서경 기자

    - 현재로서 교회 제척 말고, 사업 추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없나.

    "아쉽게도 없다. 조합이 소송을 통해 ‘사랑제일교회 이주를 허락한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받아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법원으로부터 정당하게 강제집행을 해도 된다는 판결을 받아 6번이나 강제집행을 신청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국가가 군대나 경찰 병력을 동원해서 우리가 집행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모두가 미온적인 입장만 보였다. 우리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강제집행 한다는 의견을 받아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잘못된 관행 등을 척결한다고 했는데, 종교시설 불법 행위가 끼치는 피해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봐 주면 좋겠다.

    관련 제도로는 지난 2009년 서울시가 만들었던 ‘뉴타운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 정도가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공표되지 않았다. 만약 공식 발표됐으면 조합의 선택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 같다. 현재는 조합과 종교시설 당사자 간 갈등이 아무리 심각해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아쉬운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정비사업에서 감정평가 및 갈등 중재를 맡는 상설기구가 생긴다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된다고 본다. 서울에만 정비사업장 수백개가 있어도, 갈등을 중재하는 기구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로선 구청 담당 공무원이 와서 슬쩍 보고 가는 게 끝이다."

    -교회 제척 시에는 사업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 새집 입주가 더 늦어지는데 아쉽지 않나.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교회가 합의대로 이주했다면 교회와 조합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잦은 입장 번복을 고려하면 우리 조합으로선 교회 제척이 최선이다. 교회가 1년간 이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이, 우리 조합원들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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