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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밸리 땅 팔아먹더니 이젠 '괴물 건물'까지" 주민 폭발

입력 : 2022.08.08 07:32 | 수정 : 2022.08.09 10:25

[땅집고]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2단지' 아파트에서 바라본 백운호수. /김세린 기자

[땅집고] “의왕시 백운밸리에선 단연 ‘레이크 뷰’를 지닌 백운호수 근처 아파트 선호도가 가장 높아요. 그런데 단지 코앞에 초고층 오피스가 들어서면 호수 조망이 다 막힐 수밖에 없죠. 그동안 백운밸리 주민들은 종합병원 등 기반시설을 다 뺏겨왔는데, 이제는 조망권까지 강탈당할 상황이라니 너무 억울합니다.”

최근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일대 주민들 사이에 ‘백운호수 조망권’을 둘러싸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구 핵심 녹지시설로 꼽히는 백운호수 인근에 호수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아파트가 있는데, 최근 호수와 단지 사이에 최고 40 m 높이 고층 오피스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입주민들 사이에 조망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땅집고] 의왕백운PFV는 백운밸리 내 지식문화지원시설을 용도변경한 뒤 민간에 줄줄이 매각했다. /이지은 기자

백운밸리는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4080가구와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비즈니스센터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2년 의왕도시공사가 민간과 함께 ‘의왕백운PFV’를 설립하고 백운밸리를 개발하는 PF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의왕백운PFV가 당초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과 비즈니스센터 등 기반시설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부지들을 민간 시행사에 줄줄이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초 백운밸리 입주민들 원성이 불거진 바 있다.

☞관련기사: 스리슬쩍 용도변경…의왕시, 백운밸리 땅 팔아 4000억 수익

최근 고층 오피스 건물이 들어설 것이란 계획이 알려진 곳은 백운밸리 지식문화지원시설 1부지다. 당초 롯데가 상업시설을 짓기로 했던 땅인데, 의왕백운PFV가 민간 시행사인 A사에 1730억원에 매각했다. A사는 이 부지를 지하 3층~지상 5층, 2개동, 총 452실 규모 오피스로 개발하겠다며 의왕시에 지난 7월 건축 심의를 신청했다.

[땅집고] 백운밸리 지식문화지원시설 1부지에 짓는 오피스 건물 건축심의 결과. /의왕시 건축과

이 건축심의안을 접한 백운밸리 주민들이 또 폭발했다. “인창개발이 ‘필로티 꼼수’를 써서 아파트 호수 조망권을 전부 가리는 ‘괴물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피스가 최고 40m로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어, 현재 백운호수와 가장 가까운 ‘의왕백운 해링턴 플레이스 2단지’(최고 16층)의 호수 조망권을 완전히 가리기 때문이다.

오피스가 들어설 지식문화지원시설 1부지는 최고 5층 이하 층수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건축물 높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A사는 총 2개동으로 구성하는 오피스 중 B동을 최고 5층으로 짓되, 약 19m에 달하는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는 형태인 ‘필로티 구조’로 설계해 건물 총 높이를 최고 40m까지 올렸다. 건물을 높이면 북쪽에 있는 백운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오피스 상품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설계다.

진봉균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2단지 입주자 대표회장은 “당초 5층짜리 건물이라면 높이가 15~20m 정도 되어야 한다. 그런데 A사가 짓겠다는 오피스는 필로티 구조를 활용하는 바람에 40m까지 높아져, 웬만한 아파트 높이와 거의 맞먹게 됐다. 그야말로 편법 설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의왕백운PFV가 백운밸리 기반시설부지를 팔아먹어 주민들 불편이 적지 않은데, 호수 조망권까지 가릴 예정이라니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라며 “조망권 침해를 반대하는 입주민 서명이 이미 1300여명분이나 모였다”고 했다.

의왕시 관계자는 “해당 오피스가 아직 검축 심의를 완전히 통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건축 심의 당시 심의위원들 역시 필로티 기둥이 최고 19m로 매우 높은 점을 우려해 ‘B동 건축물의 높이 축소 조정 필요’ 항목 등을 달아 조건부 의결 판정했다는 것이다.

김성제 의왕시장 역시 지난 3일 백운밸리 입주민들과 가진 비공식 면담 자리에서 ‘오피스 건물을 최고 27m(아파트 9층 높이)로 축소 조정한다면 해당 안에 대해 다시 심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시행사측은 오피스 건물 높이를 기존 40m에서 27.9m로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 중이다. /인창개발

땅집고 취재 결과 A사는 의왕시 제안에 따라 오피스 높이를 기존 40m에서 27.8m로 축소하는 수정 도면을 작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사 관계자는 “당초 오피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필로티로 건물을 띄워 호수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는데, 의왕시로부터 필로티를 아예 없애라는 지시를 받아 설계 도면을 수정하고 있다”며 “새 도면은 오는 8월 둘째 주 쯤이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운밸리 주민들은 27m 높이 오피스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건물이 5층 층수 제한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건물 높이가 5층 아파트와 맞먹는 15m 정도로 더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 진봉균 회장은 “지금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 2단지’ 전체 입주민의 80% 이상이 높이 27m 설계 오피스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약 의왕시청이 (높이 27m) 승인을 강행한다면 투쟁까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선 인허가권을 쥔 의왕시가 과도하게 주민들 손을 들어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사 입장에선 부지를 비싼 값에 낙찰받아 적법한 건축 계획을 세웠는데도 개발권을 침해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호수 조망을 지키려는 백운밸리 주민들 주장도 이해는 가지만, 우리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업계에선 김성제 의왕시장이 백운밸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사에 불리한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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