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사 멈추나…'공사비 갈등' 둔촌주공, 상황 악화일로

[땅집고] 공사비 계약 문제로 조합과 시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끝내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조합은 서울시 중재가 더 이상 의미없다면서 중재 거부 입장을 전달했고, 시공단은 조합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오는 4월15일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강동구가 주관해 전날(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중재회의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불참 통보로 파행을 겪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에 제대로 협의하려면 등기이사가 참석하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묵살당했다”면서 “대화할 의지가 없는 시공단과의 중재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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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 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다. 단지 이름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정했다. 2020년 6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대로 증액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조합 측이 집행부 교체 이후 2020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맡고 있다.

시공단은 지난 2월 조합에 공사중단 예고 공문을 보냈는데, 지난 14일 중재회의 파행 직후 조합과 관할 관청, 하청업체 등에 4월15일 공사 중단을 알리는 사전통지문을 발송했다.

시공단은 사전통지문에서 “착공 이후 2년 이상 약 1조6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외상 공사를 하고 있고,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도 사업추진 지연으로 대부분 소진돼 올해 7월 말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조합은 마감재 고급화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인 설계 변경 요구, 마감재 승인 거부 및 지연, 특정 자재 및 업체 선정 요구 등으로 추가 공사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조합은 시공단 주장이 모두 허위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과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입주자예정모임’은 조합이 마감재 업체 선정을 통해 비리를 저지르려한다고 주장하는데,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면서 “조합은 2020년 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을뿐더러 시공사는 공사 지체에 따른 지체상금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교체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가 자체 자금조달능력이 없는 조합 대신 공사비와 사업비를 떠안고 분양수익이 나면 이를 돌려받는다. 그런데 둔촌주공은 이미 투입된 공사비가 1조6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시공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 여파로 공사단가가 많이 올라 리스크도 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중 이미 투입한 공사비와 손해배상금, 추가 공사비 등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공할 곳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조합과 시공단 모두 배짱을 부리면서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지만 오는 4월 조합 정기총회 때 관련 내용을 조합원에게 모두 공개하고 협상의 여지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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