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13 09:39 | 수정 : 2022.03.14 11:42
[땅집고] 공사비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시공단이 조합에 공사중단예고 공문을 보낸 상태에서 서울시가 중재 협의회를 소집했는데 조합 측이 참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11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일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중재협의회’를 소집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말 중재안을 양측에 전달한 후 의견서를 받고 의견 조율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하지만 조합 측이 협의회 배석자 선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단독] 서울시 중재안에 분란만…둔촌주공 갈등 장기화 조짐
둔촌주공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 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다. 단지 이름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정했다. 2020년 6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대로 증액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조합 측이 집행부 교체 이후 2020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의 무산이 이미 예견됐었다는 말이 나온다.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둔촌주공 입주예정자모임조합 관계자는 “조합 내 의사결정을 정식 이사회가 아닌 비선(秘線) 조직이 하고 있어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이 협의회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서울시가 마련한 협의회도 조합 임원이 아닌 일반 조합원 A씨가 배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서울시가 이를 거절하자 조합장 등 조합측 기존 배석자들까지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조합원 A씨는 현재 조합 내에 비공식 직책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 측은 “A 자문위원은 정식 조합원이고 전문가이다. 서울시에서 배석인원을 늘릴 수 없다고 해서 참관만 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서울시가 조합측 참석자까지 간섭하려고 해 협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미 논의를 거쳐 확정했던 참석 인원을 중도에 바꿀 수는 없는데다, 책임 권한이 있는 조합장이 빠지고 일반 조합원이 협의에 임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일단 14일에 다시 시공단, 조합과 협의회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며 서울시는 양측 갈등이 소송으로 발전하지 않고 협의에 이르도록 중재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공사비 증액 계약 외에 하도급 업체 변경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 측이 시공단에 기존 하청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조합이 지정한 업체로 모두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공사비 증액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단독] 둔촌주공 분양 계속 밀리는 이유 따로 있었다
문제는 양측 간 갈등이 어어지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9년 말 착공했지만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확정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후 올 3월 일반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시공단과 조합 갈등으로 이마저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통상적으로 선분양을 하는 사업장에선 일반 분양이 진행돼야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와 공사가 제때 진행된다. 일반 분양이 늦어지면 시공단이 공사비 금융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시공단은 “오는 4월 10일까지 조합이 일반분양 진행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지 않으면 시공단은 공사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조합 측에 보냈다.
시공단 관계자는 “이미 공사 현장에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했고 금융비용까지 시공단이 부담하고 있다”며 “일반분양이 더 늦어지면 계속 공사를 진행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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