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2.07 06:50 | 수정 : 2022.02.07 15:45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은 20여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였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서초동과 함께 강남권 부촌(富村) 대명사인 ‘압·서·방(방배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반포동 한강변에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방배동은 강남권이지만 외곽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방배동에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다시 부촌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배동 일대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은 총 7곳. 이 중 첫 사업으로 지난해 7월 방배3구역 ‘방배그랑자이’(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가 입주했다. 나머지 6곳 중 4곳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배동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1만여 가구 규모 새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다만 일부 구역에서는 오염토 처리와 시공사 재선정 등으로 사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 5구역 이달 집행부 재구성…6구역은 시공사 재선정 앞둬
현재 속도를 내고 있는 방배동 재건축 단지 중 대장주는 방배5구역이다. 방배2동 946-8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3층 총 308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방배동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일반분양만 1686가구에 달한다.
방배5구역은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이 모두 가깝고 단지 북측 서리풀터널로 진입해 강남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방배초, 이수초, 이수중 등 학군도 우수한 편이다. 현대건설이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해 시공한다.
다만 지난해 말 착공 직전 오염토 악재가 등장하면서 사업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방배5구역 관계자는 “오는 3월 말 조합 집행부 재구성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새 집행부가 구성된 이후 이후 오염토 관련 문제가 정리되면 분양 일정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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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6구역은 이달에 시공사를 재선정하고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구역은 2016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해 9월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 체결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방배6구역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달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거쳐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일반분양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방배6구역에는 지하 4층~지상 22층 16동 아파트 총 1097가구가 들어선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내방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철거를 마치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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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구역은 7층 규제 완화 풀려…13·14구역 주민 이주
최근에는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방배15구역도 규제 완화가 적용돼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15구역은 원래 사업 시작은 빨랐지만 용도지역이 1종·2종·2종(7층) 일반주거지역이 혼재돼 있어 정비구역 지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 최고 25층을 적용받게 되면서 사업성이 크게 좋아졌다. 15구역에는 아파트 1600여 가구(임대 300가구 포함)가 들어설 전망이다.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방배동 재건축 사업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는데 오랫동안 재건축이 가로막혔던 15구역까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방배동 재건축의 큰 그림이 완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방배7구역은 조합설립을 마치고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며 방배13구역과 14구역은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방배7구역은 진행 중인 6개 재건축 구역 중 사업속도가 가장 느리다. 지난해 1월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 서초대로32길 30-6 일대로 지하 3층~지상 19층 아파트 318가구를 새로 짓는다. 7호선 내방역이 걸어서 3분 안팎으로 가깝고 서리풀공원과 인접해 역세권에 숲세권 입지를 동시에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조합원 수에 비해 신축 가구수가 많아 사업성이 좋은 편이다.
방배13구역과 14구역은 주민 이주와 철거 절차를 진행 중이다. 두 곳은 2호선 사당역과 방배역 사이에 위치하고, 구역내 경사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올 상반기 내로 이주를 마치고 올해 내로 분양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각각 2296가구, 469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
■대지 12평 매물 20억원대…구역별 리스크 점검해야
현재 5구역 내 대지면적 약 40㎡(12평) 매물은 21억원에 나와있다. 추정 권리가액 7억9000만원으로, 39평(전용 102㎡)을 신청하면 조합원 분양가는 약 15억원이다. 이 경우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제외한 추가 부담금은 약 7억원이다. 철거를 완료해 세입자를 둘 수 없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해야 하며 최종 투자금은 약 28억원이다.
방배동 재건축 단지는 거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방배 5·6·13·14구역은 모두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착공을 못하고 있어 거래가 일시적으로 가능한 상태다. 현행 법상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1가구 1주택 10년 보유·5년 거주 ▲조합설립 이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 미신청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미착공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투자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인데 방배동에는 이를 피한 단지들이 많아 수요자 관심이 높다"고 했다.
다만 재건축은 사업기간 지연에 따른 부담금 증가 등 리스크를 고려해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배동 한 공인중개사는 “5구역 오염토 문제와 6구역 시공사 문제 등 언제든 사업지별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구역별 진행 상황과 변수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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